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의 한 장면. 사진 애니플러스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이하 ‘진격의 거인 완결편’)이 쾌조의 흥행 진격을 하고 있다.
이 영화는 2023년 종영한 TV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더 파이널 시즌’을 144분 분량으로 편집한 작품으로, 일부 새로운 장면을 추가했다. 정체불명의 거인들에 맞선 인간들의 사투를 그린 시리즈는 2013년 시즌1 공개 때부터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진격의 거인 완결편'은 지난달 13일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한 이래 박스오피스 1, 2위를 다투며 55만 관객(1일 현재)을 모았다. 메가박스 단독 개봉작 중 최고 흥행 성적이다. 할리우드 대작 ‘미키 17’의 절반도 안 되는 스크린 수로 올린 성과다.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의 한 장면. 사진 애니플러스
'쿵쿵' 거리는 거인들의 땅울림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엠엑스 포디(MX 4D)관의 경우 평균 좌석점유율이 93%에 달한다. 평일에도 거의 모든 회차가 매진이란 뜻이다. 극장 불황 타개책으로 멀티플렉스들이 단독 개봉작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진격의 거인 완결편’ 흥행은 강력한 팬덤을 활용한, 고무적인 성과란 평가다.
특히 메가박스는 지난해 9월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룩백’(30만)과 올초 재개봉한 일본 로맨스 ‘러브레터’(10만)에 이어 ‘진격의 거인 완결편’까지 단독 개봉 흥행 3연타를 치고 있다.
메가박스 단독 개봉 흥행을 이끌고 있는 김주홍(44) 콘텐트기획팀장을 지난달 28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만났다. 그는 “'진격의 거인 완결편'이 이렇게까지 흥행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입을 뗐다.
메가박스 김주홍 콘텐트기획팀장은 '룩백' '러브레터'에 이어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까지 단독개봉 흥행을 이끌고 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진격의 거인 완결편'은 어떻게 단독 개봉하게 됐나.
"수입배급사 애니플러스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왔다. 팬덤을 결집해야 흥행할 수 있는 영화인 만큼, 굿즈를 잘 만들고 팬덤 마케팅에 강한 메가박스의 장점도 작용한 것 같다."
"시리즈가 10년 넘게 이어지면서 하향세라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잘 될 줄 몰랐다. 팬들이 마지막 인사를 극장에서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눈물 흘리는 관객들이 많다. TV애니메이션에는 없던 쿠키 영상이 추가된 것도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N차 관람객을 위한 할인은 물론 다양한 굿즈도 준비하고 있다."
일본 로맨스 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면. 올초 메가박스에서 단독 재개봉해 10만 관객을 모았다. 사진 워터홀컴퍼니
'러브레터' 재개봉으로 10만 관객을 모았다.
"지난해 부산 국제영화제 때 수입사(워터홀컴퍼니) 관계자와 식사하다가 얘기가 나와서 재개봉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준비하는 와중에 주연 배우 나카야마 미호의 부고가 들려왔다. 마케팅을 추모 컨셉으로 수정해서 1월 1일 개봉했다. 오역 또는 의역으로 지적됐던 자막을 바로잡고, 세로 자막으로 옛 감성을 살렸다. 이런 새로운 시도 덕분에 9번째 재개봉 만에 성과를 낸 것 같다."
지난해 30만 흥행을 거둔 '룩백'은 직접 수입까지 했는데.
"작년 이맘 때 한 팀원이 '이게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며 '룩백' 만화책을 건넸다. 봤더니 그림체가 독특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스토리에 빠져들고, 마지막에 큰 감동이 몰려왔다. 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제작사와 만났다. 다른 배급사, 극장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단독 개봉을 따냈다."
일본 애니메이션 '룩백'의 한 장면. 지난해 9월 메가박스에서 단독개봉해 30만 관객을 모았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러닝타임이 1시간이 안됐지만, 관람료 정가를 받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영화는 짧지만, 여운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만화책보다 훨씬 감동적이었다. 일본 측과 소통하면서 개봉 10주차 넘어서도 굿즈를 뿌렸다. 최근 연이은 단독 개봉 흥행은 10년 이상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축적한 노하우가 빛을 보는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마니아 콘텐트 명가','서브컬처 콘텐트 명가'란 말을 듣는다. 2일 단독 개봉하는 '기동전사 건담 지쿠악스 비기닝' 또한 많은 팬들이 기다리는 작품이다. 실사 영화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로맨스 영화 '첫 번째 키스', 스릴러 '라스트 마일'을 단독 개봉했고, 일본 현지에서 '너무 울어서 머리 아프다'는 입소문이 난 로맨스 영화 '366일'도 6월 개봉 예정이다. 한 번도 재개봉하지 않았던 할리우드 대작도 준비 중이다."
극장이 단독 개봉작을 내놓는 추세가 계속될까.
"그럴 것 같다. 극장에서 볼 이유가 있는 콘텐트를 확보해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배급사들 역시 안정적으로 상영관을 확보하기 위해 단독 개봉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재개봉의 경우 어떤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나게 할 지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기획력이 극장 생존의 키워드가 됐다."
정현목 문화선임기자 gojh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