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5%+α’ 자동차 관세 부과를 앞두고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미국 시장 판매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관세 타격에 취약한 저가 모델 판매를 줄이거나, 가격 정책을 재검토하는 식이다. 관세 부과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에 맞서 현지 판매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2일 오후 4시(한국시간 3일 오전 5시) ‘상호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3일로 예고된 자동차 관세(25%)도 예정대로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이제까지 미국산 자동차 수입이 관세를 매기지 않지만, 미국이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아 상호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경우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관세율은 25%를 넘을 수 있다.

미국의 관세전쟁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건 저가 모델이다. 마진율이 낮아 관세 비용을 제조사가 전부 떠안기 어렵고, 생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미국 현지보다는 멕시코 등에 생산 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27일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이 미국 밖에서 만들어 파는 저가 모델에 (관세) 영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관세 부과를 앞두고 지난달 GM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랙스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7% 늘어나기도 했다. 현대차의 준중형 SUV 투싼(2만3631대)과 준중형 세단 아반떼(1만4461대)의 미국 판매량도 25% 증가하며 각각 역대 3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미국 시장 전략 차종을 바꿀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준중형 SUV인 GLA 등 보급형 차종을 미국에서 더이상 판매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벤츠는 4만3000달러(약 6300만원)에 판매되는 GLA 대신 가격 10만 달러(약 1억5000만원)를 넘어서는 대형 세단 ‘S클래스’ 등 고급 차 판매에 집중한단 계획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서 수요 맞춤형 생산을 강화한단 전략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차·기아 모델 가운데 아반떼(13만6698대), 팰리세이드(11만55대), 쏘나타(6만1701대) 등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된 차종인데, 앞으로 미국 판매분은 미국에서 생산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24일 백악관에서 4년간 210억 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해 연간 120만대 생산 체제를 미국에서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170만8293대였다.


관세로 인해 증가하는 비용을 기업과 소비자 중 누가 부담할지도 관심사다. 토요타는 지난달 31일 미국에서 자동차 값을 동결하는 대신 고정 비용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BMW도 멕시코 생산 모델의 가격을 최소 5월 1일까지 올리지 않고 회사가 비용을 떠안기로 했다. 반면, 이탈리아 수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미국 수출용 차량 가격을 최대 10％ 인상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현지 딜러에게 4월 2일 이후 도매 가격이 변경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현지 재고를 최대한 늘리면서 관세를 대비하고 있지만, 재고분이 바닥나기 시작하면 저가 모델부터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딜러의 평균 재고는 지난달 기준 89일 판매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