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할건가" 질문엔 답 않고 "승복은 尹이 하라"는 野 [현장에서]

헌법재판소는 오는 4일 오전 11시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사진은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뉴스1

헌법재판소는 오는 4일 오전 11시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사진은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뉴스1


“헌법재판소는 단심인데, 대한민국 민주주의 시스템상 승복하고 말 게 있나요."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2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헌재가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 선고를 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2·3심도 없는데 수용하는 것 외엔 다른 수가 없지 않으냐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발언이 잇따랐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오전 K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돼도 승복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살인죄를 저지른 사람이 반성하지 않고 있는데 용서하라고 강요하는 질문처럼 들린다”며 “정치인들이 아니라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지를 물어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 수석은 오히려 윤 대통령이 복귀하는 상황을 가정해 “제 2의 계엄은 곧바로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당내 중진 의원 또한 이날 통화에서 “인용을 확신한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행여 5:3으로 기각될 상황을 가정해보라”고 반문했다. “그럴 경우 최상목 부총리가 마은혁 재판관만 임명했으면 6:3이었던 게 된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상 의무를 하지 않아 나온 결과에 승복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헌재의 선고 기일 확정 직후부터 사회 각계에선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국회 교섭단체가 그에 대해 100% 승복하겠다고 밝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김진표 전 국회의장, 2일 전직 국회의장 초청 오찬)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광장이 찬탄과 반탄으로 쪼개진 상황에선 여야가 승복 약속을 해야, 각 진영 지지자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국정 정상화로 갈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국민의힘 지도부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승복할 것”(권성동 원내대표, 지난 1일)이라는 입장을 선제적으로 밝힌 뒤로 민주당에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2일 보수 논객 정규재씨와의 대담에서 “(헌재 판결에)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고 답했던 이재명 대표는 이날 소상공인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승복은 윤석열이 하는 것”이라고만 답했다. 자신을 향한 질문에 침묵한 채, 윤 대통령에게 답을 넘긴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은 “윤 대통령이 승복 의사를 안 밝히는 건 분명히 비판할 지점”이라면서도 “차기 권력을 노리는 이 대표가 제도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개별 의원들은 오히려 헌재를 강하게 압박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8:0 인용”을 예측하며 “기각 혹은 각하 의견서를 낼 헌법재판관이 있다면 역사적 죄인이자 제2의 이완용”이라며 “자자손손이 대한민국에서 못 산다”고 날을 세웠다. 김용민 수석부대표는 2일 오전 라디오에서 기각 의견을 내는 재판관에 대해 “역사에 두고두고 죄인”, 또 “개인의 법조 생활에도 큰 불명예” 같은 표현을 쓰며 “(기각 결정이) 불가능한 선택이라고 본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탄핵소추안에서 헌재를 ‘대한민국 최고 재판기관’으로 지칭하며 “헌재 결정 무시는 결국 헌법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기각·각하 가능성에 민주당 의원들이 쏟아낸 언사는 ‘최고 재판기관’에 대한 존중으로 보기 어려웠다. 윤 대통령이 아닌 민주당에도 “승복할 건가”라는 질문이 거듭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