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왼쪽 다섯 번째) 등 헌법재판관들이 이날 열린 헌법소원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심판정으로 들어오고 있다. 전민규 기자.
3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극비리에 결정문을 작성 중이다. 결정문을 다듬는 작업은 선고일인 4일 오전까지도 계속된다. 결정문은 크게 주문과 이유로 구성되고, 소수의견(반대·별개·보충의견)이 있으면 다수의견(법정의견) 뒤에 붙인다.
헌재 내부에선 선고일을 확정하면서 “큰 산을 넘었다”고 안도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포함한 8명의 재판관들은 결정문 확정 절차에 돌입해 더 바쁘게 움직였다. 우선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평결을 통해 도출된 다수의견을 기초로 결정서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 전날 이뤄진 ‘평결’은 인용·기각·각하 등 의견에 재판관들이 각자 표결하는 절차다. 이제는 평결로 결정된 다수의견 및 소수의견에 문구를 넣고 빼고 고치며 결정문 최종안을 만드는 작업만 남았다.
평결에서 결정문의 방향은 정해졌지만, 이어지는 결정문 작성 과정 역시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결정문에 들어갈 구체적인 문구를 두고 재판관들 사이에 줄다리기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는 이 단계에서 수정·삭제를 요구하고 타협하며 새 의견이 등장하는 등 판결문 작성 과정도 실질적인 평의의 역할을 한다. 한국 헌재가 모델로 삼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아예 평의를 ‘사건평의’와 결정문 초안을 놓고 논의하는 ‘결정문 작성평의’의 두 단계로 나눈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결론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헌법재판실무제요에는 “재판관이 평결 후에 의견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결정이 선고되거나 고지되기 전까지 평의의 속개를 요청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평결’이 단 한 번만 이뤄져야 하는 최종적 절차가 아닌 만큼, 결정문 문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변경하거나 보충의견·별개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 역시 “평결의 데드라인은 선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사건의 경우 지난 38일간 최장기 평의가 이뤄진 만큼 변수가 크지 않을 걸로 내다본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개별 재판관들은 의견을 정하고 결론에 이르게 된 논거까지도 결정했을 것”이라며 “남은 시간 동안은 각자 다듬거나 상호 추가할 의견을 추가·보충하는 의미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헌법연구관 출신 변호사 역시 “긴 시간 동안 논의가 이어져 온 만큼 의견을 바꿀 단계는 이미 지났을 것”이라며 “문장이나 단어 수준에서 조율이 이뤄질 것 같다”고 했다.
결정문 작성 절차는 길게는 선고 당일 오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김진우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해 발간된 구술서에서 “결정문은 선고일 전날 저녁 자정이 지나도록 비서관 정태호 박사(현 경희대 교수)와 함께 의견을 완성했다”고 돌이켰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선고 당일 새벽 3시까지 연구관들이 오탈자나 어색한 표현이 없는지 검토를 거듭하고 당일 아침 이정미 당시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친필로 초안을 다듬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기일을 이틀 앞둔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도로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선고가 이틀 뒤로 다가오면서 헌재의 보안은 한층 삼엄해졌다. 보안의 핵심은 탄핵 찬반 양측의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만일의 재판관에 대한 공격 대비, 그리고 평결 내용 보안 유지다. 1995년에는 5·18 특별법 헌법소원 전 평의 내용이 유출되면서 청구인 측이 선고 전날 소를 취하해 선고가 무산되기도 했다.
인근의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2,3번 출입구는 폐쇄됐다. 헌재 바로 앞에서 벌어지던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도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옮겨갔다. 서울경찰청은 “2일 오후 2시를 기해 헌재 인근 반경 150m가량을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는 ‘진공 상태’ 구역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날도 헌재 본관 건물에는 커튼이 쳐졌고, 재판관들의 아침 출근길에는 경찰관 2~3명이 동행했다. 천재현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헌재에서는 보안에 힘쓰고 있고, 모든 직원들이 주의를 기울이며 청사 관리와 보안 검색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결정문 작성 단계 등은 비공개”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