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8일 열린 니가타 사케노진. 3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사케를 시음할 수 있다. 백종현 기자
술꾼들의 천국

니가타 사케노진. 일본 최대의 사케 축제다. 니가타의 양조장 80개가 참여해 500여 사케를 선보인다. 한 번에 최대 4500명이 모여 사케를 맛본다. 백종현 기자
사케노진은 니가타현 양조장 조합이 “일본에도 옥토버페스트 같은 축제를 만들자”며 2004년 처음 개최했다. 매년 3월 도키멧세(朱鷺メッセ) 컨벤션 센터에서 축제를 연다. 첫 사케가 출하되는 때다.
이틀짜리 지역 축제지만 인기는 폭발적이다. 2019년 한 해에만 14만 명이 몰렸다. 코로나 이후 하루 입장객을 9000명(1일 2회 4500명씩 교대 입장)으로 제한한 뒤로는 티켓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해외용 티켓이 다시 역수입돼 팔릴 정도다. 입장료는 3500엔(약 3만4000원). 3시간 동안 양질의 사케를 맘껏 맛볼 수 있다. 올해도 80개 양조장에 참가해 500여 개의 사케 브랜드를 선보였다. 당연히 애들은 얼씬 못하는 ‘19금’ 구역이다.
지난 3월 8일 사케노진에 입성했다. 축제는 간단했다. ‘자노메쵸코(蛇の目猪口, 술의 투명도와 색을 판단할 수 있도록 안쪽에 두 개의 원이 그려진 게 특징)’라는 사케 전용 잔을 들고 이리 저리 기웃대며 술을 받아 마시면 된다. 판매도 한다. 국내 이자카야에서 20만원 이상 받는 고급 사케가 5만원 이하에 나와 있었다.

사케노진의 다양한 풍경. 인기 브랜드는 20~30분 줄을 서야 사케를 맛볼 수 있다. 술의 색과 투명도를 비교할 수 있도록 잔 안쪽에 2개의 원이 있는 전용 잔을 사용한다. 백종현 기자
니가타 사케는 ‘탄레이카라구치(淡麗辛口‧깨끗하고 드라이한 맛)’가 특징이라 들었는데, 의외로 종류가 다양했다. 위스키처럼 오크에 숙성한 사케, 우롱차와 복숭아를 가미한 사케, 하이볼처럼 탄산수를 곁들여 마시는 사케 등 별별 사케가 다 있었다.
‘꽁술’ 특히 비싼 술이라면 마다치 않는 편이나, 서른 잔 가까이 마시니 술기운이 잔뜩 올랐다. 한국에서 온 사케 초보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들도 취했다.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은 패잔병이 적지 않았다(구급차와 의료진이 상시 대기 중이다). 다들 벌건 얼굴로 알딸딸한 술기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좀처럼 흐트러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들의 민낯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호기롭게 ‘2차에서 한 잔 더’를 외치며 축제장을 빠져나왔다.
양조장에서 놀고, 온천에서 쉬고

니가타현의 우오누마. 5월까지도 스키를 탈 수 있는 지역이다. 핫카이산(1778m) 아래 자리한 고장인데 쌀과 사케가 유명하다. 겨우내 내린 눈으로 벼농사를 짓고, 이를 통해 사케를 만든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사케 '핫카이산'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가운데 큰 건물이 '핫카이산 주조'다. 백종현 기자
사케를 가장 생생히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당연히 양조장이다. 니가타현에는 양조장이 백화점보다 많다. 사케 박물관을 끼고 있는 곳도 있고, 입장료를 받고 견학 프로그램을 돌리는 데도 있다.
준마이‧긴죠‧다이긴죠…, 익숙한 듯 헷갈렸던 사케 용어들을 양조장에서 제대로 배웠다. 일단 준마이(純米)는 알코올을 증류하지 않고 순수 쌀로만 빚은 술을 가리킨다.
고급 사케는 전분이 집중된 심백(心白‧쌀알 중심의 흰 부분)으로만 술을 빚는다. 이른바 ‘정미율’이 낮을수록 그러니까 더 많이 깎아낼수록 비싼 술이다. 깎고 남아낸 것이 50% 이하면 다이긴죠(大吟醸), 60% 이하면 긴죠(吟醸)가 된다. 시바타(新発田)시에 있는 오몬 주조(王紋酒造)에 가니 72%를 깎아내고 28%의 심백만 가지고 빚은 사케도 있었다.

나가오카역의 폰슈칸 사케 박물관. 니가타현에서 생산되는 인기 사케를 두루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소형 사케 자판기가 100개 이상 깔렸다. 백종현 기자
니가타현 북부 시바타시에는 전국구 온천마을 ‘츠키오카(月岡温泉)’가 있다. 시바타시 관광과에서 나온 다케다는 “시바타시 몰라도 츠키오카 온천을 모르는 일본인은 없다”고 단언했다. 올해 ‘프로가 선택한 일본의 호텔·료칸 100선’ 순위에서 1위로 뽑힌 ‘시라타마노유 가호(白玉の湯泉慶)’ 온천을 경험했다.
츠키오카의 온천은 세 번에 걸쳐 즐긴단다. 코로 한 번, 눈으로 한 번, 또 온몸으로 한 번. 계란 썩는 내가 진동하는 유황천이었지만,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아름다운 온천이었다. 몸을 담그니 숙취가 한순간 녹는 것 같았다. 아침저녁으로 온천물에 몸을 담갔다. 나흘 내내 먹고 마신 기억밖에 없는데, 어쩐지 올해 들어 가장 혈색이 좋았다.

츠키오카 온천마을의 족욕탕.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시설이다. 백종현 기자
여행정보

온천 호텔 시라타마노유 가호에서 맛본 가이세키 요리. 백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