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별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상대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정리한 도표를 보여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엑셀 수식 하나로 가능한 국가별 관세 계산
미국은 상대 국가의 관세와 비관세 장벽에 따라 미국이 적용받는 관세를 측정하고, 그 절반 수준을 상대국에 물린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니 미국도 앞으로 절반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게 미국의 논리다.
그러나 실제 상호관세율 계산에 상대국 교역 조건은 고려되지 않았다. 미 인구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 한국 수입액은 1315억 달러다. 수출액은 655억 달러로, 660억 달러의 상품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 적자(660억 달러)를 수입액(1315억 달러)으로 나누면 0.502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50.2%가 나온다. 한국이 미국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주장은 이런 계산으로 나왔다. 50.2%를 반으로 나눈 뒤 소수점을 올림 하면 상호관세율(26%)과 일치한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손에 들고 발표한 자료와 백악관 문서의 관세율 차이는 소수점 반올림 계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근영 디자이너
다른 나라도 동일한 계산법이 적용된다. 지난해 미국은 일본에서 1482억 달러를 수입하고, 797달러를 수출했다. 상품수지 적자는 685억 달러다. 수입액으로 나눠 환산하면 46.2%가 나온다. 2로 나눈 뒤 소수점을 올림 하면 24%다. 미국은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중국(34%), 인도(27%), 베트남(46%) 등에 높은 상호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미국이 상품수지 흑자를 봤거나 적자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엔 10%의 기본 관세를 일괄 적용했다.
상호관세 취지와 관련도 없어
앞서 한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가 0.79%에 불과하다고 했다. 미국 정부를 상대로도 이 같은 설명을 계속했지만, 상대국의 관세율은 애초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만큼 헛수고로 그쳤다. 또 상호관세는 상대국이 매기는 만큼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상품수지를 기준으로 관세를 매기면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형국이다.
강봉주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미국에 대한 무역 흑자를 축소하라는 압박일 수 있다. 높은 관세율을 책정한 뒤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고 할 것”이라며 “애초 한국·일본 등 제조업 수출국이나 인건비가 싼 중국 등은 주로 상품수지가 흑자를 보는 게 일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서비스수지가 흑자인데 이는 제외하고 상품수지만 이용해 관세를 부과했다”고 덧붙였다.
무인도에도 관세 부과

미국이 무인도인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를 풍자한 카툰도 인기를 끌었다. 관련 이미지를 챗GPT로 생성했다. 사진 챗GPT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나라 중엔 인도양 남부 ‘허드 맥도널드 제도’(10%)도 포함됐는데 이곳은 무인도다. 남극 대륙에서 약 1700㎞ 떨어진 섬으로, 얼음으로 뒤덮여 사람 대신 펭귄·물개·바다표범 등만 서식하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이 외에도 투발루, 바베이도스, 토켈라우 등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섬나라가 대거 관세 부과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호주령 노퍽섬엔 상호관세 29%가 부과됐는데 이에 대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노퍽섬이 거대한 경제 규모의 미국과 무역 경쟁자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