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운명의 날' 거리서 밤샌 시민들…찬탄·반탄 모두 "8:0"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일인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윤석열 8대0 파면을 위한 끝장 대회' 참가자들이 거리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일인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윤석열 8대0 파면을 위한 끝장 대회' 참가자들이 거리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4일 오전 길 위에서 하룻밤을 보낸 탄핵 찬성 및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각각 “8대 0 파면”과 “8대 0 복귀”라고 각자의 바람을 외쳤다. 이날 헌재와 서울 광화문, 한남동 일대에 신고된 집회 인원만 16만여명이다. 경찰은 경찰력 100%를 동원하는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대비 태세를 갖췄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전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 안국역 6번 출구 쪽 율곡로 일대에서 ‘끝장 대회’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전 7시쯤 율곡로 도로에는 돗자리, 침낭·텐트, 은박 담요를 가져와 밤을 새운 시민들로 가득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별(32)씨는 “헌법을 어긴 대통령이 파면되는 걸 보려고 전날 오후 5시쯤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 거주하는 김도형(30)씨는 “밤을 새워보니까 동트기 전이 가장 춥고, 동튼 뒤에 가장 따듯했다”며 “탄핵 인용이라는 해가 떠서 대한민국에도 봄이 찾아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신홀 앞에서도 탄핵 찬성 밤샘 집회가 열렸다. ‘촛불행동’은 이날 오전 10시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2만 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대구에서 온 직장인 박규준(31)씨는 “한 달에 한 번씩 집회 참여를 위해 서울에 와서 주말마다 고생인데 파면이 이뤄지면 좀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오전 7시쯤 탄핵 찬성 집회가 열리는 안국역 6번 출근 인근에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영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오전 7시쯤 탄핵 찬성 집회가 열리는 안국역 6번 출근 인근에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영근 기자

탄반도 밤샘 집회 “8:0 기각”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은 전날 오후 9시쯤부터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철야 집회를 이어갔다. 대국본은 이날 새벽 광화문에서 철수해 한남동 볼보빌딩 앞으로 이동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 볼보빌딩 앞에는 경찰 비공식추산 1000명이 모였다. ‘사기탄핵 원천 무효’ 팻말을 가슴에 단 박경숙(70)씨는 “오늘 4:4 기각이 날 것 같다”며 “분신해서 돌아가신 분도 있는데 밤샘 집회 참여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국역 5번 출구 수운회관 인근에는 50여명이 모여 탄핵 반대나 기각을 주장했다. 일부 참가자는 육탄전을 각오한 듯 헬멧과 방독면, 호신장구를 착용한 상태였다.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는 “이번 탄핵 과정은 너무 터무니없었다”며 “헌재가 무너진 사법체계를 바로잡는 결정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4일 오전 8시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 볼보빌딩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탄핵 기각을 주장했다. 이아미 기자

4일 오전 8시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 볼보빌딩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탄핵 기각을 주장했다. 이아미 기자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참가자들이 헬멧과 호신장구를 착용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참가자들이 헬멧과 호신장구를 착용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경찰력 100% 동원…겹겹이 두른 ‘차벽 산성’

경찰은 모든 곳에서 충돌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경찰력을 총동원 중이다. 헌재와 광화문, 종로 일대에는 이날 오전 집회 참가자 못지않은 수의 경찰관이 배치된 모습이었다. 헌재, 광화문, 종로 일대에는 집회 대응을 위해 기동대 110개 부대 7000여명이 투입됐다. 한남동 관저 인근에는 30개 부대 2000여명, 여의도 국회에는 20개 부대 1300여명이 배치됐다. 서부지법과 주요 언론사가 밀집한 상암동 일대에도 비상설부대가 배치돼 있다.

경찰은 헌재 인근 150m 반경 통행을 전면 제한하는 진공 구역을 만든 상태다. 진공구역 안에는 월담 등을 저지하기 위한 울타리도 둘렀다. 찬탄·반탄 집회 구역을 분리하는 ‘완충 구역’도 만들었다. 경찰은 차벽 설치에도 경찰버스 160여대·차벽 트럭 20여대 등 총 장비 총 200여대를 동원했다. 줄지어 선 버스 타이어끼리 노끈으로 묶어 탈취와 간격이 벌어지는 사태도 미연에 방지했다. 통제구간 끝에는 약 4m 높이의 육중한 차단벽도 설치했다. 질서유지선도 겹겹이 설치해 통행로를 대폭 좁혔다. 완충구역을 지날 때는 신분증 검사도 진행해 신분증을 놓고 온 시민들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풍경도 연출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이 경찰 차벽으로 둘러져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이 경찰 차벽으로 둘러져 있다. 뉴스1

 
경찰은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서 체포된 이들은 서울 시내 21개 경찰서 유치장에 연행하고 구속 수사를 예고했다. 폭력 시위자에게는 이격용 분사기(캡사이신)와 경찰봉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경찰은 폭력·손괴 등 묵과할 수 없는 불법 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현장에서 검거하는 등 엄정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 도심은 교통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지하철 안국역 3호선은 이날 첫차부터 무정차 통과를 시행했고, 헌재와 가까운 종로3가역 4·5번 출구도 폐쇄된 상태다. 광화문, 종로, 안국역 일대를 지나는 시내버스는 출근 시간대인 오전부터 우회 운행했다. 마찬가지로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한남동 관저 인근도 일부 시내버스가 무정차 하거나 우회하고 있다.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도 오전 9시부터 무정차 통과 중이다. 집회 상황에 따라 광화문, 경복궁, 종로3가역도 무정차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일반 시민에게 허용된 대심판정 내 20석의 방청석에서 당첨된 시민들도 잇따라 헌재로 왔다. 탄핵 심판 선고 방청엔 총 9만6370명이 신청하면서 경쟁률이 4818.5대 1을 기록했다. 광주 5·18 사태를 목격했단 정모(62)씨는 “탄핵 심판 선고 분위기를 직접 느끼고 싶어서 신청했는데, 당첨될 줄은 몰랐다”며 “국민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중인 오모(29)씨도 “국민으로서 당연히 관심이 있어 방청을 신청했다”며 “민주주의가 제대로 서야 국민의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