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파면에도 투쟁만 외치는 의협…답답한 전공의·의대생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일 경북 영덕군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 대피소를 찾아 링거를 맞는 이재민을 위로한 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으로부터 이재민 의료 지원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일 경북 영덕군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 대피소를 찾아 링거를 맞는 이재민을 위로한 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으로부터 이재민 의료 지원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의료개혁에 반발해 1년 넘게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의료계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대정부 투쟁 전선을 가다듬고 있다. 가장 먼저 전국 단위 집회를 예고했다. 그간 집단 사직·휴학으로 투쟁해온 전공의·의대생 사이에선 “정부와 협상 없이 집회만 열면 뭐가 달라지느냐”며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의협이 내놓은 투쟁 로드맵에 대한 전공의·의대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앞서 의협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당일 개최한 긴급 상임이사회를 통해 오는 13일에는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20일에는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의협은 그간의 투쟁에서 제대로 된 구심점 역할을 못 한다는 내부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 때문에 전국 의사들을 결집하는 집회를 열어 분산됐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의대생 제적·유급 압박과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확정 시한 등이 임박한 가운데, 2주 뒤에나 집회를 여는 건 사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된다. 한 수도권 대형병원 사직 전공의 A씨는 “지난 1년과 똑같이 정부와 대화 없이 ‘강 대 강’ 투쟁으로만 가겠다는 전략은 이제 의료계 내부에서도 지지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제는 의협이 정부 측과 구체적인 요구안을 들고 만나 협상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 B씨는 “내년도 의대 증원 동결이 확정되면 일단 복귀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의협 등의 단체에서는 소수 강경파 목소리가 득세하고 있지만, 나도 그렇고 주변에 동료들도 이제는 계기만 마련되면 돌아가고 싶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주로 모이는 커뮤니티에서도 “이쯤 되면 의협은 전공의·의대생이 알아서 와해되길 기다리는 것 아니냐” “의협이 정상이었으면 지금쯤 대정부 요구안이 나왔어야 하는데, 2주 뒤에나 집회를 하느냐” 등 의협 대응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이러한 목소리에 대해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본지와 통화에서 “전국 단위 집회를 하려면 절차상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전공의·의대생들이 당장 집회를 열고 싶다면 각자 단체에서 모이면 된다”며 “이들이 처음에 (병원과 학교를) 나올 때 의협과 협의하고 나온 것도 아니다. 전공의·의대생 단체가 내놓은 요구안을 조정하고 싶다면 각자 단위 내부에서 논의해야지, 의협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대부분 1학기 등록을 마쳤지만, 수업 참여는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대전의 한 대학 의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대부분 1학기 등록을 마쳤지만, 수업 참여는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대전의 한 대학 의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편 대통령 탄핵 선고를 기점으로 수업거부 기조를 이어오던 대다수 의대생들의 실질적인 수업 복귀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집단 수업거부를 사실상 철회한 서울대에 이어 고려대 역시 학생 자체 조사 결과 ‘수업참여’ 의견이 절반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도 “탄핵 전후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5월 넘어가면 끝장이다. 전공의들은 돌아가 돈 벌고 있을 것” “우린 의사 면허도 없는데 어떡하냐” “1년은 끌어도 2년은 못 끈다”며 복귀에 찬성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호남의 한 의대 학장은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면서 계속 유급이 누적될 경우 본인에게도 손해라는 것을 잘 안다”며 “수도권 학생들의 복귀 움직임을 보고 지방 학생들도 따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에선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중심의 단일대오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학생들이 많아 조기 대선 전까지 수업 거부나 휴학 등 집단행동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