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파면 결정이 내려진 4일 대전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오전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사건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청구를 인용했다. 김성태 객원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재판관 공백 해결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재판관 9명이 정원인 헌법재판소가 심리정족수(7인)도 못 채운 6인으로 윤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접수해 우여곡절 끝에 8인 체제를 갖춰 파면 선고까지 내렸다. 하마터면 재판관 공백으로 대통령 직무정지 상황에서 아무 결정도 못 하는 헌정 마비 사태를 맞을 뻔한 것을 놓고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갈등 속 ‘6인 체제’…그러다 넘어온 尹탄핵심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진공동취재단
2014년 헌재 “국회는 후임자 선출 의무 부담” 명시

지난해 12월 23~24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정계선·조한창 재판관. 연합뉴스
국회의 재판관 미임명이 헌재 판단을 받기도 했다. 2012년 1월 한 변호사가 “국회가 조대현 재판관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아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다. 헌재는 그사이에 재판관이 선출됐다는 이유로 2014년 4월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각하 결정하면서도, 결정문에서 “국회는 공정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을 위해 공석인 재판관의 후임자를 선출해야 할 헌법상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명시했다.
헌재의 공백은 현재진행형이다. 한덕수·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3인의 후보자 중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했다. 야당은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마 후보자 임명을 강하게 요구하며 임명을 압박하기 위한 탄핵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헌재는 한 총리 탄핵사건을 기각 결정하면서도 재판관 3인 미임명은 위헌·위법하다고 짚었다.
독일은 직무계속제도, 오스트리아는 예비재판관 제도

지난 1월 14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들이 판결 선고를 진행하고 있다. EPA
예비재판관 제도를 두는 국가도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정부와 국회가 헌법재판소장·부소장을 포함해 14명의 재판관 외에도 6명의 예비재판관을 함께 임명한다. 재판관과 마찬가지로 법관, 행정공무원, 법학교수 출신이어야 한다. 예비재판관은 재판관 궐위 시에 바로 직을 이어받아 수행한다. 이밖에도 튀르키예·볼리비아 등이 예비재판관 제도를 뒀다. 예비재판관 제도는 임기만료뿐만 아니라 재판관의 사망·장기출장 등에도 대응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거관리위원회 '채용비리 감사'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에서 재판관 9석중 3석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같은 제도 도입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2년 7월 이춘석 의원이 직무계속제도를 골자로 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냈지만 국회사무처는 “헌법에서 보장한 임기 규정(6년)에 위배되고 임기 제도의 취지에 반할 우려가 있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이 법안은 당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한 전직 재판관은 “국회가 임명을 하지 않으면 헌재는 손을 쓸 수가 없다. 입법이나 개헌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국회 갈등이 점점 더 깊어지는 국면에서 헌재가 국회 사정에 마냥 휘둘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헌재 스스로도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직무대행 제도를 언급했다. 헌재는 지난해 10월 이진숙 위원장이 제기한 가처분 인용 결정문에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에서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하여야만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직무대행제도와 같은 제도적 보완 장치는 전무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