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리 매킬로이가 철쭉이 만개한 13번 홀에서 볼을 하늘에 던지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 밤(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기자회견에서 로리 매킬로이가 한 말이다. 5월이면 36세가 되는 이 북아일랜드의 골프 천재는 다른 얘기를 하다가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매킬로이는 그만큼 마스터스를 사랑한다. 그러나 우승은 못했다. 다른 메이저 대회는 다 했는데 여기서만 못했다. 그래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 재미교포 PGA 투어 선수인 마이크 김은 X(옛 트위터)에 “매킬로이는 셰익스피어”라고 썼다. 골프라는 무대에서 가장 슬픈 비극을 쓰는 작가라는 얘기다.
마스터스가 10일 밤 개막한다. 골프계에 4월이 되면 비운의 천재 매킬로이가 마스터스에서 한을 풀수 있을지가 화두다.
매킬로이는 마스터스에서 잘 쳤다. 만 열아홉 살이던 2009년 첫 참가해 공동 20위를 했다. 2011년 우승을 했어야 했다. 매킬로이는 3라운드를 최경주 등 공동 2위 그룹에 4타 차 선두로 끝낸 후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마음 편하게 경기하는 방법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 80타를 치고 15위로 밀려났다. 12번 홀에서 세 번째 퍼트를 넣지 못하고 주저앉은 그의 모습을 보기가 안쓰러웠다.
전반적으로 성적은 좋다. 16번 경기해 톱 10에 7번 들었다. 2022년엔 준우승도 했다. 사실상 매년 우승후보였다. 그러나 우승은 못했다. 매년 이렇게 바꿔보고 저렇게 바꿔봤는데도 안 된다.
마스터스의 악몽은 다른 메이저 대회로도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US오픈에선 5홀을 남기고 2타 차 선두였는데 마지막 4개 홀에서 보기 3개를 하면서 브라이슨 디섐보에게 역전패했다. 지난해 90㎝ 미만 퍼트를 469번 시도해 한 번도 실수하지 않던 그가 75㎝ 파 퍼트를 넣지 못했다.

로리 매킬로이가 10번 홀에서 피치샷을 하고 있다. 매킬로이는 2011년 최종라운드 10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며 무너졌다. UPI=연합뉴스
그 밖에도 안타까운 역전패가 많아 2014년 이후 11년째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다.
매킬로이는 봄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팬들이 그를 좋아하고 그의 마스터스 우승을 원해 더 그렇다. 매킬로이는 “그래도 나만큼 나의 마스터스 우승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성적이 좋다. 시그니처 대회인 AT&T 페블비치 프로암과 제5의 메이저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페덱스 랭킹 1위다. 그러나 제5의 메이저가 아니라 진짜 메이저대회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골프에선 간절히 원한다고 꼭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 중 마스터스라면 더욱 더. 매킬로이가 비극을 끝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2022년과 2024년 우승자인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는 세 번째 우승을 노린다.
존 람, 디섐보,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 호이킨 니만 등 LIV 선수들은 칼을 갈고 왔다. PGA 투어와 LIV의 협상이 무산 위기여서 LIV 선수들도 잊혀질 위기이기 때문이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지난해 가을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이 할퀴고 갔다. 클럽하우스로 가는 길인 매그놀리아 레인의 나무가 좀 헐거워졌다. 코스에 일부 나무가 뽑혀 13번 홀 등에서 질러 칠 수 있게 됐고 장타자들의 옵션이 조금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나무가 줄어 바람의 영향도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병훈은 한국 시간 10일 밤 10시25분 패트릭 리드, 맥스 그레이서맨과 경기한다. 김주형은 11시26분 조던 스피스, 티럴 해튼과 티오프한다. 임성재는 11일 오전 1시50분 브룩스 켑카, 러셀 헨리와 출발한다.
오거스타=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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