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역 역주행 참사'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씨가 지난해 7월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가해차량 운전자 차모(69)씨 측이 지난 7일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차씨가 사고 당일 한 호텔 주차장 출구를 나서는 순간부터 차량 속도가 빨라지며 1초 간격으로 다급하게 “막 가”라고 외치는 음성이 담겼다.
차씨 측 변호인은 “‘(블랙박스에) 사고 원인 유추할 만한 대화 내용 녹음이 없다’는 경찰 초기 설명과 배치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블랙박스 외에도 급발진 증거들을 제시했다. 변호인은 스로틀밸브 열림량 수치와 가속 페달 변위량 수치가 반비례로 나타난 EDR 기록을 ECU(전자제어장치) 소프트웨어 결함에 의한 급발진의 증거로 제시했다.
사고 차량의 브레이크 등이 들어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ECU(전자제어장치) 오류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근 차량들에 자율주행 기능이 추가되며 ECU의 역할이 복잡해진 만큼 신호 계통 이상 등 다양한 오류가 날 수 있단 것이다.
아울러 1심 재판 과정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관계자의 증언도 사실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 기록에 따르면 국과수 관계자는 “급발진에 대한 이슈는 우리나라에서 밖에 없다”며 “일본·미국·유럽 어느 곳을 보더라도 급발진에 대한 이슈는 없고 다 페달 오조작에 대한 이슈로 보고 있다”고 증언했다.
변호인은 급발진 사고 원인을 차량 결함이라고 본 2013년 미국 북아웃(Bookout)과 도요타의 소송에 따른 합의 등 해외 사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차씨가 몰았던 역주행 사고 차량 실험 모습. 연합뉴스
앞서 차씨는 지난해 7월1일 오후 9시30분쯤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차량을 몰고 역주행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인도로 돌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15일 차씨에게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차량 가속장치와 제동장치에 기계적 결함이 없었고 국과수 감정 결과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국과수는 차씨 차량 데이터에서 사고 당시 브레이크 작동 기록이 없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뗐다 한 기록이 반복된 점, 차씨의 오른쪽 신발 바닥의 패턴 흔적이 가속 페달과 일치하는 점 등을 확인했다.
차씨 측은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고 오는 30일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