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텅 빈 상가들…10곳 중 1곳, 3년 내내 공실률 20% 넘었다

충북혁신도시 내 빈 상가 건물 1층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뉴시스.

충북혁신도시 내 빈 상가 건물 1층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뉴시스.

지난 2일 치러진 경북 김천시장 재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김천혁신도시 활성화’였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김천혁신도시 집합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 42.1%에 달한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특히 이곳은 수년째 공실률이 40%대를 유지하며 ‘장기 공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김천혁신도시(율곡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3년 넘게 임차인을 못 구한 상가가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일부 상권의 '장기 공실'이 심화하고 있다. 전국 집합상가와 중대형상가 10곳 중 1곳가량은 공실률이 3년 내내 2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분기마다 발표되는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 공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공실률 20%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전국 평균(중대형상가 13%, 집합상가 10.1%)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통상 공실 심각 단계로 보는 기준점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전국 집합상가 중 최근 12분기 연속 공실률이 20%를 넘는 곳은 21곳이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대상 집합상가 상권(229곳) 중 9.2%에 해당한다. 중대형상가는 283곳 중 23곳(8.1%)이 3년 동안 한 분기도 공실률이 2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장기 공실 상권 대부분은 지방이었다. 집합상가 중 강원 태백중앙시장 공실률은 43.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3년 전(31.3%)과 비교해 공실률이 더 증가했고, 최근엔 네 분기 연속 40%대를 기록 중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혁신도시 사정도 심각하다. 광주전남혁신도시 집합상가 공실률은 42.1%에 달한다. 대구혁신도시(35.3%), 충북혁신도시(29.2%), 전북혁신도시(25.9%)도 최근 3년 내내 20~30%대 공실률을 유지했다. 수도권에선 서울 청량리역(27.6%)과 영등포역(23.9%), 경기 안양역(24%)이 장기 공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대형상가 중에선 광주 전남대 앞 상권 공실률이 37.7%로 가장 높다. 전남대 앞은 2023년 4분기엔 48.7%까지 치솟았다. 또한 중대형상가 중 공실률이 30%를 넘는 곳은 충북 충주자유시장(34.2%), 경북 영주중앙(33.5%), 경남 거제옥포(30.7%) 등 8곳이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상가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상가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상가 공실 장기화는 내수 침체에 따른 자영업자 폐업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온라인 쇼핑 증가와 지방 인구 감소, 지역별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도 얽혀 있다.

상가 과잉 공급도 문제다.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신도시를 중심으로 상가 공실 장기화 실태 조사에 나선 것도 상가 공급 과잉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 역시 최근 신도시 상업용지의 공급·관리 개선방안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3기 신도시에 공급 예정인 상가 규모의 적정성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상가 공급 물량은 2021년 최대치를 기록한 후 감소하고 있다”며 “상가 수급 불균형은 어느 정도 해소될 가능성이 있지만, 경기 침체로 기존의 공실 해소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기 공실 상권이 비수도권에 몰려있는 만큼, 지방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10년 사이에 지방에 산업 거점을 만드는 정책은 거의 없고 수도권 집중은 더 심화했다”며 “무너지는 지방 전통산업과 지역 경제 성장률을 제고할 정책이 재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