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광양항 연안에 출현한 향고래. 몸에 상처가 보이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박근호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장 제공
8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광양항 연안에 출현했던 향고래가 닷새째인 이날까지도 항구 주변 얕은 수심에 머물고 있다. 몸길이는 15m, 무게는 30t(톤) 이상의 수컷으로 추정된다.
이날 향고래를 목격한 박근호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육지에서 불과 20m 정도 떨어진 곳까지 접근할 정도로 얕은 바다에서 주변을 계속 맴돌고 있다”며 “물이 빠졌을 때 뻘에 갇히면서 몸이 노출돼 상처가 많이 난 것으로 보이는 데 길을 못 찾고 헤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먼바다 유도에도 닷새째 안 떠나

바다에서 향고래 어미와 새끼가 함께 헤엄치고 있다. AP=연합뉴스
향고래가 광양항에 처음 발견된 건 지난 4일 오전 9시 48분이다. 이후 해경은 유도 활동을 통해 고래가 먼바다 쪽으로 간 것으로 파악했지만, 같은 날 오후 6시 30분쯤 다시 연안에 발견됐다. 그 뒤 항구 주변의 얕은 바다에서 유영하고 있다.
남해와 동해는 고래류의 이동 경로이자 주요 서식지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는 동해에 100마리 이상의 향고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몸 상태 정상 아닌 듯” 구조 어려워

지난 4일 광양항 송도 연안에 나타난 대형 고래의 모습. 여수해경 제공
향고래가 맴돌고 있는 곳은 어장이 밀집해 있고,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공사가 진행되는 등 위험 요인이 많다. 또한 향고래가 워낙 크고 무겁다 보니 치료나 구조 활동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이송을 하려고 해도 크기가 커서 들어갈 수족관이 없다. 해외에서는 향고래를 구조하려다가 꼬리에 맞아서 사망하는 사례도 있는 등 안전사고 위험도 크기 때문에 스스로 먼바다로 나갈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 고래질병특별위원회는 이날 긴급 위원회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 위원장이자 해양동물 수의사인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는 “대형 고래를 구조해서 치료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스스로 기력을 회복하고 다시 먼바다로 나가는 게 이상적이지만 현재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며 “외부 충격 등 원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겠지만, 대형 고래의 좌초나 표류가 인수공통감염병과 연관 있는지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