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사무실 현판. 연합뉴스
A씨와 같은 작곡가·작사가들의 저작권을 관리해주고 그 대가로 저작권 수입의 약 10%를 떼가는 저작권 단체들의 방만 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저작권 단체들은 임원 회의비로 연간 수천만 원을 지급하고 정부의 시정 명령을 무시한 채 임원 보수를 크게 늘리는 등 방만하게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저작권 단체 시정명령 이행 현황에 따르면 국내 최대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지난해 회장에게 보수, 업무추진비 등으로 3억4300만원을 지급했다. 보수 1억800만원, 업무추진비 1억7700만원, 출장비 5800만원 등이다.

추가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이 지난해 5월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 세계총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임원 보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문체부 지적에 따라 음저협 회장의 업무추진비는 지난해 월 2000만원에서 올해 월 1500만원으로 줄었지만,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월 350만원), 한국관광공사(월 166만원), 한국저작권위원회(월 75만원)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다.
문체부는 음저협에 회장 업무추진비 삭감 외에도 비상임이사 회의비 상한선을 정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음저협은 이를 무시했다. 지난해 음저협 비상임이사 18인이 가져간 회의비는 1인 평균 3000만원, 최대 4870만원이다. 회당 회의비를 고려하면 1년 동안 약 160번, 2~3일에 한 번씩 회의에 참석해야 회의비 4870만원을 가져갈 수 있다. 수당을 늘리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자주 회의를 개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임원들의 보수·수당에 비해 회원의 저작권료는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음저협 회원이 받은 1인당 월평균 저작권료는 66만원에 불과했다. 음저협 전체 회원(5만5544명)의 74%를 차지하는 준회원의 1인당 월평균 저작권 수입은 28만8000원이다. 전체의 24%인 신탁계약자는 44만원, 2%인 정회원은 1565만원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다른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 역시 문체부의 시정명령을 무시하고 임원 보수와 수당을 올렸다. 음실련 전무이사의 보수는 지난해 1억5700만원에서 올해 2억800만원으로 32% 올랐다.
방송실연자의 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인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방실협)는 지난해 비상임 이사장이 품위유지비·직무수행비·성과급·퇴직금 등으로 총 1억4900만원을 받았으나 올해는 직무수행비·성과급·퇴직금을 없앴다. 다만 품위유지비를 월 700만원에서 830만원으로 늘렸다.
음실련·방실협 회원의 1인당 월평균 저작권 수입은 각각 8만8000원, 31만원이다.
저작권 신탁관리업은 저작권법에 따라 문체부 허가를 받은 단체만 수행할 수 있으며, 창작자의 저작재산권을 신탁받아 관리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한이 부여된다. 회원 수만 명의 재산권을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만큼 걷는 돈을 방만하게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 문체부의 설명이다.
문체부는 "미흡한 사항에 시정명령을 재부과하고 음저협과 음실련에 대해서는 추가 업무점검 후 수수료 요율 인하, 과징금 부과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임원들이 받은 보수, 수당, 업무추진비의 총액과 세부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는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저협은 "지난 10년 간 협회가 징수하는 저작권료가 3배 이상 늘었고 회장 보수가 2010년부터 13년간 동결됐음을 고려하면 지난해의 보수 인상은 과도한 수준이 아니며 협회 매출 대비 회장 보수 비율은 0.03%에 불과하다"고 반론했다. 회의비 역시 "정부 보조금이 아닌 저작권료 관리수수료로 운영되는 자율 재원 단체인 만큼 자율성과 책무를 고려해 책정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