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승리해 현역 생활 마지막 경기를 우승으로 장식한 김연경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연경은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최종 5차전에서 블로킹 7개 포함 34점을 쓸어담는 원맨쇼를 펼치며 팀의 3-2(26-24, 26-24, 24-26, 23-25, 15-13) 승리를 이끌었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오른 흥국생명은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2018-19시즌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5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주역인 김연경은 기자단 투표 만장일치로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김연경이 마지막으로 뛰는 이날 경기 입장권 6082장은 일찌감치 다 팔렸다. 관중석은 흥국생명 유니폼과 응원 도구를 든 팬으로 가득차 거대한 핑크빛 물결을 이뤘다. '김연경, 함께해서 행복했어', '(잘 가) 가지 마, (행복해) 떠나지 마' 등 김연경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렸다. 일부 팬은 떠나는 김연경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다 울먹이기도 했다. 김연경의, 김연경에 의한, 김연경을 위한 하루였다.

8일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승리해 현역 생활 마지막 경기를 우승으로 장식한 김연경이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세트씩 나눠 가진 두 팀은 결국 마지막 5세트에서 승부를 갈랐다. 시소게임이 이어지던 5세트 막판, 14-13으로 앞선 흥국생명의 마지막 퀵오픈 공격이 정관장 코트 한가운데 떨어졌다. 관중석은 함성과 눈물로 뒤덮였고, 김연경은 동료들을 얼싸안으며 마음껏 환호했다.
김연경은 경기 후 "실감이 안 난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좋은 배구를 많은 분께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선수들이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8일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승리해 현역 생활 마지막 경기를 우승으로 장식한 김연경(위)이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대표로도 맹활약했다. 유럽 리그 시절 세계 곳곳에서 거액의 귀화 제의를 받았지만, 모두 단칼에 거절하고 꿋꿋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림픽 4강 신화를 두 차례(2012년 런던·2021년 도쿄) 이끌면서 국가대표로 총 271경기에 출전해 4981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런던 올림픽에서는 본선 8경기에서 평균 25.8득점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워 4위 팀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MVP에 뽑혔다.

8일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승리해 현역 생활 마지막 경기를 우승으로 장식한 김연경(왼쪽)이 절친한 친구 김수지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김연경은 진짜로 떠난다. '우승 피날레'를 향한 열망을 남김없이 코트에 쏟아내고 주인공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는 "나는 이렇게 은퇴하지만, 앞으로 배구 팬들이 후배 선수들을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다"며 "정말 행복하다. 기분 좋게 떠날 테니, 웃으면서 보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