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김동연', 맥아더 동상 '유정복'...지자체장들 대선 출사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자동차 부품 관세 대응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대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자동차 부품 관세 대응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대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 오는 6월 3일로 확정되면서 광역단체장들의 대선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이 9일 각각 출사표를 던졌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곧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라 시·도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연 "유쾌한 반란 시작한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오전 미국 출장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감으로 출마한다”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 지사는 “정권교체, 그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편의 나라’가 아니라 ‘꿈의 나라’를 만들어야 할 시대이고, 침몰하는 경제와 민생을 살려야 할 때”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경제부총리 등을 경험한 ‘경제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우며 “경제위기 때마다 해결한 경험·노하우와 30년 넘게 쌓은 국제무대에서의 경험·네트위크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날 2박 4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가는 이유에 대해 “(출장지인) 미시간주는 미국 자동차 완성차 3대 회사(GM, 포드, 스텔란티스) 소재지”라며 “그동안 정부가 트럼프발 관세 정책에 손을 놓으면서 우리 경제가 절박하게 대처해야 할 상황이라 대책을 찾기 위해 출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이 저의 계파고, 경제를 걱정하는 국민이 저의 조직”이라며 “김동연의, ‘모두의 나라, 내 삶의 선진국’을 향한 '유쾌한 반란'을 이제 시작한다”고 했다.  

유정복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겠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이날 오전 인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제2의 인천상륙작전으로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다”며 국민의힘 대선 경선 출마선언을 했다. 

9일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이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9일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이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유 시장은 출마 선언을 한 자유공원을 “75년 전(한국전쟁)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켜 오늘의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낸 현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거짓과 위선, 선동으로 국민을 힘들게 하는 정치를 끝내고 진실과 정의, 자유가 넘쳐 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1987년 헌법 체제를 끝내고 분권형 개헌으로 국민주권시대를 열어가는 개헌 대통령,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부를 만드는 개혁 대통령, 어렵고 힘든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민생 대통령,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장’인 유 시장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양원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안을 공표하는 등 대권 행보를 보여왔다. 이날 출마 선언을 하기 전 미추홀구에 있는 수봉공원 현충탑을 참배하는 등 철저히 보수를 겨냥한 행보를 보였다.

오세훈도 13일 출마 선언…수도권 단체장 모두 출마

오세훈 서울시장도 13일 국민의힘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출마 선언 장소는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오 시장의 펼쳐온‘약자동행’ 정책을 대한민국 정책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상징적인 곳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금천구 한 공부방에서 열린 서울런 학생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공부방으로 향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번 주 안으로 대선 출마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금천구 한 공부방에서 열린 서울런 학생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공부방으로 향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번 주 안으로 대선 출마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이들 외에도 이날 이철우 경북지사가 출마 선언을 했고, 홍준표 대구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등 다른 광역단체장들도 대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참모진 등 대거 사임…도정 공백 어쩌나

광역단체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기준 30일 전에만 사퇴하면 되기 때문에 당내 경선 과정에서는 지사직을 사퇴하지 않아도 된다. 출마 선언을 하거나 예정인 단체장들도 대부분 시·도지사직을 유지하면서 휴가 등을 내고 경선을 치를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을 보필하던 참모진들 상당수가 사임계를 내고 캠프행을 선택하면서 업무 공백이 생긴데다 광역단체장이 대선에 치중하느라 시·도정에 소홀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와 소통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도지사를 ‘책임’이 아닌 ‘권세’로 여긴다는 방증”이라며 “본인의 이익만 챙기려 하지 말고 반드시 사퇴한 후 도전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