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얕은 광양항에 갇혔던 대형 향유고래, 엿새 만에 탈출할까?

전남 광양항 주변을 맴돌고 있는 대형 향유고래의 모습. 얕은 물에 머무르면서 햇볕에 오래 노출돼 피부에 상처가 많다. 박근호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장 제공

전남 광양항 주변을 맴돌고 있는 대형 향유고래의 모습. 얕은 물에 머무르면서 햇볕에 오래 노출돼 피부에 상처가 많다. 박근호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장 제공

연안에 6일간 맴돌다 먼바다로 향해

최근 전남 광양항 연안에 나타난 향유고래가 엿새째 인근 바다에서 맴돌다 먼바다 쪽으로 이동 중인 모습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이빨고래 중 가장 큰 종인 향유고래가 산 채로 연안에 들어온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9일 여수해경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에 따르면 연안을 오가던 향유고래가 이날 오전 10시14분쯤 여수 신덕해수욕장 남동쪽 1.8해리(3.3㎞)에서 마지막 목격됐다. 향유고래가 발견된 지점은 최초 목격된 바다에서 약 21㎞ 떨어진 곳이며, 수심은 20m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향유고래는 지난 4일 오전 9시48분쯤 광양항 송도 연안에서 최초 발견됐다. 어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 등이 먼바다 방향으로 유도한 끝에 같은 날 오후 1시30분쯤 먼바다 쪽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5시간 뒤인 오후 6시30분쯤 다시 광양항 인근으로 돌아와 닷새간 연안을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햇빛 노출에 화상…“얕은 수심 탓”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해경 등에 따르면 광양항 인근은 물때에 따라 수심이 5m~10m 수준이다. 향유고래는 낮은 수심 탓에 등 부위를 수면 위로 노출한 채 유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래연구소는 고래 등 부분에서 확인된 상처가 장기간 피부가 수면 위로 노출될 때 햇빛에 의해 화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고래연구소 관계자는 “(향유고래가) 수면 위 노출이 장기화했으면 생명에도 지장이 있었을 것”이라며 “상처도 자연 치료될 수 있는 만큼, 먼바다로 떠나 건강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닷새간 유도 활동…먼바다로 이동”

전남 광양항 주변을 맴돌고 있는 대형 향유고래의 모습. 얕은 물에 머무르면서 햇볕에 오래 노출돼 피부에 상처가 많다. 박근호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장 제공

전남 광양항 주변을 맴돌고 있는 대형 향유고래의 모습. 얕은 물에 머무르면서 햇볕에 오래 노출돼 피부에 상처가 많다. 박근호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장 제공

해경은 향유고래가 발견된 후부터 고래연구소 등 전문 기관의 조언을 받아 유도 활동을 펼쳐왔다. 해경은 고래 뒤쪽에서 수면을 두드려 소리를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연안 밖으로 유도했다.  

해경 관계자는 “오랜 시간 잠수를 반복했던 향유고래가 아주 천천히 먼바다로 향해 이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고래 길이 15m 이상 추정” 

지난 4일 전남 광양항 주변을 맴돌고 있는 대형 향유고래의 모습. 사진 여수해경

지난 4일 전남 광양항 주변을 맴돌고 있는 대형 향유고래의 모습. 사진 여수해경

향유고래는 이빨 고래 중 가장 큰 종이며, 이번에 발견된 향유고래는 길이 15~20m가량으로 추정된다. 고래연구소 관계자는 “15m 이상 크기의 향유고래는 수컷이라면 어린 성체, 암컷이라면 성체”라며 “향유고래가 표류하지 않고 산 채로 만(灣) 안쪽으로 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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