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현동 개발업자 등으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전준경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전 전 부원장은 9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연합뉴스
전준경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국민권익위 등에서 일하며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9일 전준경 전 부원장의 뇌물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알선수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 6개월 및 벌금 5200만원을 선고했다. 8억 808만 562원 추징도 명령했다.
전 전 부원장은 2015년 6월~2018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 2017년 5월~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기획분과 특별보좌역, 2019년 9월~2020년 9월 국토교통부 규제혁신 및 적극행정위원회 민간위원을 지내고 2021년 8월~2023년 4월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냈다.
그는 권익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던 2017년 1~7월 신길온천 고충민원 관련해 위원회 활동을 해준 대가로 총 2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뇌물수수, 2015년부터 2024년 3월까지 자신이 일했던 기관 공무원들에게 알선을 해주는 대가로 약 7억 8200만원 상당의 현금‧상품권 등을 받은 혐의로 특가법 알선수재로 지난해 4월 기소됐다. 알선수재 혐의엔 백현동 개발업자로 알려진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의 용인 상갈지구 관련 알선을 해주고 총 1억 360만원을 받고 제네시스 승용차를 받아 타고 다녔다는 점도 포함됐다.
전 전 부원장은 ▶1000만원 상당 상품권은 받은 적 없고 ▶다른 금품수수 사실은 있지만 직무 관련성이 없고 정식 고문계약을 통해 받은 정당한 대가이며 ▶알선행위를 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공정한 직무집행과 사회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뇌물죄가 존재하고,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 금품수수 시기와 직무집행 행위 전후와 무관하게 뇌물죄는 성립한다”며 “뇌물죄 및 알선수재 모두 포괄적 직무에 대한 포괄적 대가관계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법리를 설명했다. ‘직무 대가성 금품과 다른 금품수수가 섞였을 땐 전부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 본다’는 대법원 판례도 들었다.
그러면서 “민원을 요청한 회사는 자금난으로 고문료를 지급할 여력도 없었고, 고문 약정은 피고인이 돈을 받기 위한 형식적인 명목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직무 수행 중 형성된 친분을 이용해 각종 민원, 인허가 사항에 대해 여러 차례 적극적으로 알선했다”고 판단했다.
또 전 전 부원장이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하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유리한 의결이 나올 수 있게 돕거나, 공무원들에게 업무상 문제를 제기하는 것처럼 의견을 전달해 민원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문제를 처리하도록 촉구했다며 “공무원들이 피고인이 민원인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걸 알았다면 해당 민원, 인허가 신청을 수용할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알선으로 인해 위법한 행위는 없었던 점, 일부 금품 제공자들은 감사의 의미로 제공했다고 진술한 점 등은 양형에 참작됐다. 선고 내내 손을 앞으로 모으고 서서 듣고 있던 전 전 부원장은 “영장을 발부할 텐데 하실 말씀이 있는지”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구속되는 것이지요? 하루 이틀만 시간을 주시면”이라고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 구치소 관계자를 따라 구속피고인 대기실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