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증 15만원, 학생증 10만원"…SNS 넘치는 위조범죄

 

엑스(X·옛 트위터)에서 한 계정이 각종 신분증과 진단서 등을 위조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런 엑스 계정은 제대로 단속 되지 않고 범죄를 이어가고 있다. 엑스 캡쳐

엑스(X·옛 트위터)에서 한 계정이 각종 신분증과 진단서 등을 위조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런 엑스 계정은 제대로 단속 되지 않고 범죄를 이어가고 있다. 엑스 캡쳐

 
9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신분증’이란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주민등록증과 여권, 운전면허증, 모바일 주민등록증 등을 제작해주겠다는 계정이 최소 100개 이상 나왔다. 한 계정에선 “학생들에게 넘기는 만큼 최대한 좋은 퀄리티,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모신다”고 홍보했다. 다른 계정은 학생증의 경우 10만원, 1종 운전면허증은 20만원, 주민등록증 15만원 등 구체적인 가격표를 공개하고, 후기 글을 공유해 구매를 유도했다. 홀로그램, 태극마크 등 옵션이 포함돼 들킬 염려가 적다는 문구도 함께였다. 모바일 신분증을 전문으로 위조한다는 한 계정은 “편의점, 술집 등 다 뚫린다”고 강조했다. 미성년자를 주요 타깃으로 한 각종 위조 신분증 판매다. 

공문서를 위조하는 계정도 적지 않았다. 한 계정은 “사망 진단서, 주민등록초본, 간호사 자격증을 신속하게 제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불법 취득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판매하는 계정도 온라인상에 버젓이 노출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문서위조 관련 범죄는 2021년 1만472명에서 2023년 1만2280명으로 매해 늘고 있다. 미성년 문서·인장 범죄 피의자는 같은 기간 656명에서 1229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에도 위조 신분증으로 술을 구매한 혐의를 받는 미성년자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지난 6일 “중학생인 것 같은데 편의점에서 술을 샀다”는 행인의 신고를 받아 만 14세 여학생 A양을 검거했다. 경찰은 편의점 업주도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할 방침이다. 

엑스(X·옛 트위터)의 한 계정에서 위조 신분증을 판매하고 있다. 엑스에선 이런 계정이 최소 100개 이상 활개치고 있다. 엑스 캡쳐

엑스(X·옛 트위터)의 한 계정에서 위조 신분증을 판매하고 있다. 엑스에선 이런 계정이 최소 100개 이상 활개치고 있다. 엑스 캡쳐

 
위조 신분증은 다른 범죄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플랫폼 입장에서도 개별 범죄에 일일이 대응하기가 쉽지가 않다”며 “정부와 플랫폼이 공조해 위조 신분증뿐 아니라 범죄 소지가 있는 유형의 계정에 대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분 확인하고도 속았다면 자영업자 면책 

한편 자영업자가 미성년자에게 술·담배 등을 판매한 경우 최대 6개월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사업주들은 “바쁜 시간대에 청소년들이 내민 가짜 신분증을 일일이 구분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3월 식품위생법 등 관련법을 개정하고, 성인을 사칭한 청소년에게 속은 사업주를 구제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술, 담배 및 이용 불가 게임물을 제공한 경우 영상 등을 통해서 업주의 신분 확인 과정 등이 증명되면 행정처분이 면제된다. 

헌법재판소도 지난달 13일 사업자가 신분증 확인 의무를 다했는데도 속았다면 무혐의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헌재는 지난 1월 한 음식점 관리자 A씨가 인천지검 검사를 상대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A씨는 한 미성년자가 길에서 습득한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내민 데 속아 소주 1병과 맥주 2병을 팔았다가 적발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헌재 결정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A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