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식탁 위 중국] 오리머리 구이(干鍋鴨頭)와 중국의 조두일미(鳥頭一味) 문화

중국이나 홍콩 대만 등 중국 문화권에서 닭고기, 오리고기를 주문해 먹으려다 요리가 나오는 순간, 멈칫할 때가 있다. 특히 통오리, 통닭요리를 시키는 경우가 그렇다. 새 대가리가 그대로 달려 나오기 때문이다.

오리머리 구이(干鍋鴨頭). 바이두

오리머리 구이(干鍋鴨頭). 바이두

상당수 한국인과 일본인 그리고 미국과 유럽의 서양인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새 머리를 직접 먹는 문화가 낯설어서일 것이다. 심지어 냅킨으로 머리를 덮고 싶은 느낌이 든다는 사람도 있다.

중국은 다르다. 거부감이 없을 뿐만 아니라 통요리를 시켰는데 머리가 없으면 무엇인가 빠졌다며 허전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새 머리를 먹건 안 먹건 핵심이 빠진 미완성의 요리가 나온 것 같아 아쉽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중국 사람들, 우리가 어두일미(魚頭一味)를 외치며 생선 대가리를 먹는 것처럼 이들도 새 대가리를 꽤나 즐겨 먹는 것 같다. 영화에서 혹은 시골에서는 어린이들이 오리 머리를 간식인 샤오츠(小吃)로 먹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중국에는 지역별로 다양한 오리머리 요리가 있다.

이를테면 절강성 구주(衢州)의 경우, 오리 대가리만 모아 굽거나 찐 구주오리머리(衢州鴨頭)가 지역 특산요리로 유명하다. 하북성의 성도 석가장(石家庄)에는 솥에서 구워 조리한 오리머리 솥구이(干鍋鴨頭)가 널리 알려져 있다. 또 맵고 얼얼한 향신료를 즐겨먹는 사천성과 호남성에는 마라오리머리(麻辣鴨頭), 매운 고추로 조리한 샹라오리머리(香辣鴨頭)등이 있으니 중국 대부분 지역에서 오리머리를 즐겨 먹는다는 소리다.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는 기피하는 새 대가리를 중국에서는 왜 거부감을 갖기는커녕 오히려 즐겨 먹으며 요리로 발전시킨 것일까? 그 배경을 알아보기 전에 우선 나라별로 새를 포함해 가축과 물고기 등의 머리를 먹는 두식(頭食)문화를 알아보는 것도 나름 흥미가 있겠다.

프랑스의 통오리 요리 콩피(confit). 바이두

프랑스의 통오리 요리 콩피(confit). 바이두

먼저 유럽은 거두절미(去頭截尾) 문화다. 네발 달린 동물은 물론 물고기와 새도 일단 머리를 제거한 거두(去頭), 꼬리를 잘라 낸 절미(截尾) 상태로 먹는다. 가축의 머리는 먹어도 형체가 보이지 않도록 먹는다. 꼬리 역시 인기가 없기에 미국에서 소꼬리 값을 올린 것은 한국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생선도 마찬가지다. 서양의 생선요리는 반드시 머리와 꼬리를 제거한 채 나온다. 그러니 로스트치킨이나 프랑스의 통오리 요리 콩피(confit) 역시 머리는 제거한 채 요리하다.

한국은 다르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머리고기를 좋아한다. 소머리, 돼지고기를 눌러 만든 편육도 즐겨먹고 소머리 국밥이나 머리고기가 들어간 순대국과 돼지국밥도 인기다. 다만 크기 때문인지 혹은 그로테스크한 형태 때문인지 돼지머리, 소머리는 고사용 등 특수 용도로만 쓰인다. 반면 생선머리는 어두일미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거의 대부분 생선요리에 빠지지 않는다. 생선을 통째로 굽거나 찌거나 조리할 때 머리가 빠지면 서운하다. 이런 우리지만 새 머리만큼은 먹지 않는다. 닭고기를 유별나게 좋아하는 한국인이지만 모가지까지라면 몰라도 닭 대가리만큼은 예외다.

돼지고기편육. 한국문화원연합회

돼지고기편육. 한국문화원연합회

중국은 또 다르다. 머리고기 먹는 문화가 폭 넓게 퍼져 있다. 생선머리는 물론 소머리(牛頭) 돼지머리(猪頭) 양머리(羊頭) 토끼머리(兎頭) 등등 다양한 동물의 머리를 먹는다. 이러니 새 대가리도 예외가 아니다. 오리머리, 닭머리, 비둘기머리, 거위머리 등등 머리 부분을 빼놓지 않는다. 중국인들, 왜 이렇게 머리고기를 좋아할까?

딱히 이렇다할 정설은 없다. 다만 문화적, 민속적으로 다양하게 추측하고 해석할 뿐이다. 먼저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동물의 진수는 머리에 있다고 여겼고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말처럼 동물의 형체는 머리를 통해 완성된다고 믿었다. 그런 만큼 소나 돼지처럼 덩치 큰 가축은 어쩔 수 없지만 토끼를 비롯해 생선이나 새 등을 통째로 요리할 때 머리를 빼놓으면 핵심이 빠지는 것으로 여겼다. 머리고기를 먹어야 전체 요리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형보형(以形補形)이라고 눈을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귀를 먹으면 귀가 잘 들린다고 믿는 것처럼 머리고기가 몸에 좋다고 생각했던 부분도 없지 않다. 일종의 의학적, 주술적 믿음이다.

새 머리도 마찬가지다. 앞서의 요인에 더해 새를 숭상하는 신화적, 토템적 요소도 더해졌다. 이를테면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집인 『산해경』에 왕해(王亥)라는 왕이 두 손으로 새를 잡고 그 머리를 먹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또 『시경』에는 하늘에 사는 검은 새(玄鳥)가 알을 낳았는데 땅의 여신 간적(简狄)이 그 알을 먹고 임신을 해 낳은 인간의 후손이 훗날 고대 국가인 상(商)나라를 세웠다고 했다. 신화적으로 새와 그 새의 정수인 새 머리가 특별함을 암시한다. 그런 만큼 옛날부터 새 머리 요리가 발달했다.

이를테면 청나라 초의 생활상이 잘 반영돼 있다는 고전소설 『홍루몽』에 주인공 중 한 명이 오리머리를 즐겨 먹는 장면이 보인다.
우리한테는 익숙치 않은 음식문화지만 중국의 새 머리 요리, 문화적 민속적으로 나름 배경이 있다.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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