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재(再)탄핵’ 주장이 강하게 부상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은 권한 없는 자가 자행한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이자, 내란 수괴 윤석열의 지령에 따라 헌재를 장악하려는 제 2의 친위 쿠데타”라며 “오늘 당장 헌법재판관 지명을 철회하라. 민주당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내란 수괴 대행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박 대행이 말한 ‘모든 수단’ 중 당내에서 가장 호응을 받는 게 재탄핵이다. 친이재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에서 “약간의 역풍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한 대행) 탄핵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조항인 헌법 84조와 관련해서,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아닌 재판은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판단을 끌어내려고 보수 재판관을 투입한다는 의심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19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조항인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에서 당선되더라도 5개의 재판(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법인카드 유용 사건)이 끝까지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최종 판단은 결국 헌법재판소가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진보 성향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으로 보수 성향의 후보자 2명(이완규·함상훈)이 임명되면 헌재는 보수 성향(정형식·조한창·이완규·함상훈) 4명, 중도(정정미·김형두·김복형) 3명, 진보(정계선·마은혁) 2명 등 보수 우위로 재편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헌재가 보수 우위 구도로 인위적으로 재편되는 건 막아야 한다”며 “한 대행의 직무가 정지되면 최종 판단은 그 다음 사람에게 넘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탄핵 시점은 14~17일 나흘 연속으로 열리는 본회의가 유력하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여러 의견들을 당 지도부가 수렴하는 과정”이라면서도 “(한 대행) 탄핵을 한다면 다음 주를 넘기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 대행을 탄핵해도 대행의 대행이 임명하면 된다”(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분석이 제기되는 상황에 대해 한 지도부 인사는 “14일 대정부질문에서 전체 장관들에게 관련 입장을 물어보고, 한 대행과 같은 입장인 장관을 모두 탄핵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투표를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수도권 재선 의원은 “국민의힘 예비 후보 등록 마감일인 15일 이후에 탄핵안을 처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밝혔다. 경선에 참여하려면 국민의힘 후보 등록 마감일 전까지 총리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그 전엔 사퇴의 명분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다만 한 대행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두고 “굳이 민주당이 막을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여러 차례 대선을 경험해 본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한덕수는 엄연히 윤석열의 사람이다.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가 지속되면 대선 승리 측면에선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는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