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금융연구원 공동 정책 컨퍼런스' 특별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는 '부동산 신용집중: 현황, 문제점 그리고 개선 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뉴스1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은 오는 1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적 동결’을 택할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더하겠지만,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시간을 두고 그 여파가 물가와 성장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지켜볼 거란 취지다.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도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달러당 원화 가치는 지난 4일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 등에 1434.1원까지 올랐다가(환율은 하락) 미ㆍ중 관세 전쟁 격화에 3거래일 연속 하락해 9일에는 1484.1원까지 곤두박질쳤다. 트럼프가 25% 상호 관세 발효 후 약 13시간 만에 90일간 전격 유예 방침을 밝히면서 10일에는 27.7원 상승한 1456.4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이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로 변동성을 더욱 키우는 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에는 환율 불안 등을 이유로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관세 전쟁으로 경기 부진 우려가 심화했기 때문에 여전히 금리 인하 국면이 이어지고 있으며, 불확실성이 제거된 후 추가 인하에 나설 거라는 시그널을 내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부채 변수도 남아 있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재지정 해프닝으로 올 2분기 가계부채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 사이 주택 거래가 늘어난 만큼 시차를 두고 4~5월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금융안정 문제가 부각된 상황이라 2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인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관세 직격탄을 맞은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 인하를 서두를 거란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시장은 ECB가 오는 1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90% 수준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70% 정도였는데 큰 폭으로 상승했다. 프레데리크 듀크로제 픽테자산운용 거시분석 책임자는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영란은행도 5월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한국도 0%대 저성장 위기가 커진 만큼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해외 투자은행(IB) JP모건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0.7%로 하향 조정하면서 4월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 성장률이 수출 부진과 대외 충격으로 더욱 둔화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와 재정 부양책 등 통화ㆍ재정정책의 동반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6월 조기 대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정책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며 “4월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