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사이 서울에 4월 중순(11~20일)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눈이 내려 쌓였다. 기상 기록(1907년)이 시작된 후 118년 만이다. 하룻밤 사이 20도를 웃도는 완연한 봄에서, 추위·강풍·우박·빙판길을 주의해야 하는 궂은 날씨로 급변했다. 

13일 기상청은 전날 밤부터 이날까지 서울에 최고 0.6㎝(송월동 대표 관측소)의 눈이 쌓였다고 밝혔다. 이는 4월에 내린 눈으로는 역대 두 번째 많은 양이다. 역대 최대는 1931년 4월 6일에 기록된 2.3㎝였다. 수원에서도 0.4㎝가 쌓여 관측 시작(1964년) 이래 4월 중순 첫눈을 기록했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전국 0.1~6.7도로 관측됐다. 전날 낮 기온(14.3~24.7도)과 비교하면 대부분 지역이 15도 넘게 급락했다. 이날 아침 서울은 1.1도로 겨울처럼 추웠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2.4도로 더 낮았다. 밤사이 소셜미디어(SNS)에는 “벚꽃과 눈을 함께 보다니, 날씨가 이상한 것 같다”며 사진과 영상이 여럿 올라오기도 했다.

기상청은 현재 북쪽에서 내려온 저기압이 한반도를 지나가며 날씨가 급변했다고 설명했다. 차고 강한 바람이 한반도 전역에 불면서 기온이 급속히 내려갔고, 저기압이 뿌린 비는 곳곳에서 눈으로 떨어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 상층으로 -30도 이하의 찬 공기 지나가며 대기가 불안정해진 탓에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 싸락 우박이 떨어지는 곳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풍과 풍랑특보가 발령된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나무가 쓰러지는 등 강풍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여수, 양양, 부산 등 바닷가와, 내륙인 화성에서도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30m를 넘는 태풍급 강풍이 불었다. 초속 30m는 난간을 잡지 않으면 사람이 날아가고 기차가 탈선하거나 나무가 뽑힐 수 있는 수준의 강풍이다. 

역대 강풍 기록도 곳곳에서 경신됐다. 이날 세종(초속 13.2m), 청주(서청주 초속 18.6m)에서 4월 기준 순간 풍속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양평, 보성, 여수, 광양, 부산(북부산)에서는 역대 두번째로 순간 풍속이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과 함께 황사도 유입됐다. 발해만 북서쪽에서 발원한 황사는 이날 오전 서해안으로 들어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짙게 나타났다. 14일까지 나타나다가 물러날 전망이다. 

 
기상청은 14일에도 궂은 날씨가 이어진다고 예보했다. 새벽부터 오전까지 전국에 눈 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강원 산지에는 대설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강원 영동과 충북 남부, 전라 동부, 경상권 등 내륙은 15일 새벽까지 눈 또는 비가 이어지는 곳이 있을 전망이다. 13일 오후 5시부터 14일(또는 15일 새벽)까지 예상 강수량은 전국 5~20㎜, 예상 적설은 경기 북부와 동부 1~5㎝, 강원 산지 3~8㎝, 강원 내륙·충북·경북 북동 내륙·제주 산지 1~5㎝, 그 밖에 1㎝ 내외다. 

전국 아침 기온은 0~9도로 추운 가운데, 강풍이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을 전망이다. 기상청은 “월요일 새벽 전국 곳곳에 빙판길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