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에 장학금 내놓은 김정은…"두국가론, 세대교체 염두 포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2일 2025년 설맞이공연에 참가한 재일조선학생소년예술단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2일 2025년 설맞이공연에 참가한 재일조선학생소년예술단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생일(4월15일, 이른바 태양절) 113주년을 맞아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2억 8702만엔(약 28억원) 규모의 장학금을 보냈다.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통일·민족 개념 지우기에 나서자 혼란에 빠져 반발 기류를 보였던 조총련을 여전히 세력권에 두려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14일 김정은이 "재일동포 자녀들의 민주주의적 민족교육을 위해 교육원조비와 장학금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이 지금까지 재일동포 자녀들에게 보낸 교육원조비와 장학금은 모두 171차례에 걸쳐 499억 8859만 390엔(약 4956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 매체가 김정은의 장학금 전달 소식을 전하면서 '민족교육'을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남측에 단절을 선언했으면서도 민족을 매개로 조총련과의 연대 강화 및 지지를 유도했다는 점에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조총련을 향해 민족이라는 개념을 강조해 '적대적 두 국가' 선언으로 인한 정체성 혼란을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대남정책 기조를 변경한 이후 조총련과의 소통과 협력에 더욱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8월 조총련 산하 일본 조선대학교 학생 50여명을 평양에 초대했고, 9월에는 2019년 이후 약 5년 만에 조총련 대표단의 방북을 추진했다. 김정은은 지난 1월 설맞이 공연에 참가한 재일조선학생소년예술단을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로 초대해 접견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조총련 주류가 ‘MZ세대’로 바뀌고 있는 현 상황도 북한의 이런 움직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조총련 1~2세대까지는 자본주의화된 일본에 살면서도 북한(조국)에 대한 충성심이 강했지만, MZ세대 들어서는 이런 응집력이 급격하게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을출 교수는 "김정은 입장에선 자신들의 세력권 유지를 위해 조총련의 충성심과 지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기 위해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은 2023년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했다. 이후 대남 기구를 전부 폐지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영구적인 국경 차단"을 위해 남측과 연결된 도로·철길을 끊으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요새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