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 연합뉴스
올해 고1이 치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예시 문제지가 15일 첫 공개됐다. 교육부가 2022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대입 제도 개편안을 내놓으며 현재 22개로 나뉜 과목별 선택과목을 모두 폐지하겠다고 한 지 약 1년 반 만이다. 문과 학생도 과학을, 이과 학생도 사회 시험을 치러야 하는 통합형 수능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공부할 과목이 늘며 학업 부담이 커졌다”는 우려를 내놨다.
베일 벗은 통합 탐구영역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2028학년도 수능 국어·수학·탐구 영역 총 125개의 예시 문항이 담긴 시험지와 해설 등을 평가원 홈페이지 등에 공개했다. 지난해 9월 교육부가 탐구영역 26개 예시 문항을 공개했지만 문항별 난이도나 과목별 문항 배치 등 전체적인 시험 구성을 알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았다.
이날 학생과 교사의 관심은 선택 과목이 없어진 탐구영역 분석에 이목이 쏠렸다. 과목별 문항수, 융합형 문제의 난이도 등이 관심사였다.
입시업계에서는 25개의 문항 중 두 개 이상 과목의 지식을 묻는 융합형 문제를 제외하면 세부 과목별 문항 수가 고르게 분포됐다고 분석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통합사회 총 25문항은 영역별로 일반사회 8문항, 지리 7문항, 윤리 6문항과 융합형 4문항으로 구성됐다. 통합과학 예시문항 25개는 2022 교육과정에서 새로 추가된 과학기초 및 과학과 미래사회 5문항과 기존 과학 영역인 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각4문항, 물리 3문항, 통합형 5문항 등으로 구성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통합사회·과학의 성취 기준을 근거로 예시문항을 개발했으며, 실제 수능에서 출제되는 영역별 문항수와 비중 등은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2028학년도 수능 예시문항 통합사회 23번. 정답은 2번.

2028학년도 수능 예시문항 통합과학 4번. 정답은 4번
통합과학 4번 문제는 지각을 구성하는 물질(지구과학)과 기본 단위체의 화학 구조(화학), 반도체 물질의 전기적 성질(물리) 등 3개 영역의 개념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지 평가했다. 종로학원 측은 “통합과학은 복잡한 계산이나 단순한 공식 암기로 푸는 문항이 사라진 대신 각 영역간 정확한 개념 이해를 바탕으로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공개된 융합형 문제는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종로학원은 “오히려 고난도 문항은 통합형이 아닌 영역별 단독 문항 위주로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수학·과학 약한 문과 학생 부담 커져”

김주원 기자
하지만 학원가는 학생들, 특히 문과 학생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과 성향의 학생들은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과학 영역에서 이과 학생들과 함께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과학 과목의 변별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수학·과학에 약한 학생들은 기존 선택과목 체제에서 보다 좋은 성적을 받기가 더 불리해졌다”고 말했다.
학습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지역 교육청 입시지원관 A씨(장학사)는 “융합형 문제보다는 과목별로 문제가 나눠서 고르게 출제됐는데, 기존 수능 체제로 본다면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양이 결국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1 아들을 둔 한 학부모 역시 “통합사회 교과서 내용을 이해하려면 교과서만으론 불가능하다. 결국 사회 모든 과목을 공부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