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KG모빌리티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이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 KG모빌리티
“이제 혼자서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다른 완성차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전 세계 시장 곳곳에서 저인망식 판매 전략을 펼치는 것이 우리의 생존 방법입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KGM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만난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은 트럼프 시대의 생존 전략으로 ‘협력’을 말했다. 이날 곽 회장은 독일·튀르키예·헝가리 등 11개국 딜러 20여 명을 초청해 시승 행사를 열고 무쏘 EV와 토레스 하이브리드 등 지난달 새로 출시한 친환경차 모델을 소개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KG모빌리티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열린 KG모빌리티 글로벌 대리점 초청 행사에서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가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 KG모빌리티
곽 회장은 KG모빌리티의 첫 하이브리드 모델인 토레스 하이브리드에 대해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긴박한 순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기술을 바탕으로 KG모빌리티가 자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한 차량이다. 그는 “하이브리드 기술이 하루 아침에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500명의 연구소 직원이 전력을 다해 개발했다”라며 “무모하게 독자 개발을 고집하기보다는 친환경차 기술을 갖춘 중국 완성차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의 협력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중국 체리자동차와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곽 회장은 “현대차는 제너럴모터스(GM)과 협력하고 있고, 폭스바겐은 전기차 플랫폼을 개방해 전 세계 기업과 공유한다”라며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그 어떤 기업과도 기술을 공유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G모빌리티의 첫 하이브리드 차량 토레스 하이브리드의 주행 모습. 사진 KG모빌리티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에 대해선 해외 시장을 다변화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곽 회장은 “한 나라에서 1만대를 파는 것보다 1000대씩 10개 나라에 파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3년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현대차·기아는 큰물에서 많은 물고기를 잡고, 우리는 작은 물에서 다양한 물고기를 잡겠다’고 한 적이 있다”라며 “한 달에 4~5대 팔리는 피지·말리 등 소규모 시장은 우리가 더 강한 곳”이라고 말했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전 세계 120여 개국에서 6만2378대를 판매했다. 전년(5만2754대) 대비 18.2% 늘어, 2014년 이후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중동·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 판매가 전년 대비 각각 100.8%, 28.1% 늘었다. 곽 회장은 “올해도 해외 신흥 시장을 개척해 판매량을 늘리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현재 생각하고 있지 않다”라며 “현지 경쟁뿐만 아니라 요구 사양 등 고려할 것이 많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라고 했다.
경기도 평택시 KG모빌리티 정문 전경. 뉴시스
곽 회장은 위기에 몰린 회사를 정상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 회생 전문가다. 그는 경기화학, 동부제철, 쌍용차를 인수해 KG케미칼, KG스틸, KG모빌리티로 탈바꿈시켰다. 2020년 15분기 연속 적자 끝에 기업회생절차를 밟았던 쌍용자동차는 2023년 KG모빌리티로 사명을 바꾼 이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2년 연속 흑자는 2004년 이후 20년 만의 기록이다. 곽 회장은 “사업을 시작한 지 40년이 됐지만, 자동차 사업이 제일 어렵고 힘들다”라면서도 “만약 우리가 회사를 살려내지 못한다면 여기서 끝내야 한다는 각오로 저를 비롯한 전 임직원들이 총력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