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싱크홀에도 "문제 없다"…"언젠간 사달 날 것" 부산 뭔일

14일 오전 7시쯤 부산 사상~하단선 공사가 진행되는 사상구 감전동 부산새벽시장 건너편 차도에서 시공사 직원이 땅이 내려앉은 모습을 발견했다. 내부 확인 결과 깊이 5m 규모의 공동이 확인돼 보수 작업을 진행했다. 김민주 기자

14일 오전 7시쯤 부산 사상~하단선 공사가 진행되는 사상구 감전동 부산새벽시장 건너편 차도에서 시공사 직원이 땅이 내려앉은 모습을 발견했다. 내부 확인 결과 깊이 5m 규모의 공동이 확인돼 보수 작업을 진행했다. 김민주 기자

지하철 사상~하단선 공사가 한창인 부산 사상구 새벽로 부근에서 이틀 연이어 땅이 내려앉는 사고가 일어났다. 수습 작업이 이뤄지는 가운데 현장을 찾은 지역 정치인과 부산교통공사 간부 사이엔 고성도 오갔다.

전날 싱크홀 350m 거리서 9번째 땅 꺼짐

14일 부산교통공사와 사상구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7시쯤 사상구 감전동의 부산새벽시장 부근 차도에서 땅 꺼짐 현상이 관측됐다. 사상~하단선 공사(부산 지하철 2호선 사상역과 1호선 하단역을 잇는 공사) 시공사 소속 직원이 예찰 활동 중 땅이 일부 내려앉은 것을 파악하고 확인한 결과 공사장과 바로 맞닿은 지표 아래 가로 3m, 세로 1.5m, 깊이 5m 규모의 공동(空洞)이 확인됐다.  

발견 즉시 주변 1개 차로를 통제한 상태에서 지표면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공동 내부를 메우는 작업이 시작됐다. 이번 공동은 땅이 완전히 내려앉기 전 파악돼 인명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14일 깊이 5m 규모 공동이 확인된 부산 사상구 감전동 현장에서 약 30m 떨어진 작업장에선 부산 사상~하단선 공사가 중단 없이 진행됐다. 김민주 기자

14일 깊이 5m 규모 공동이 확인된 부산 사상구 감전동 현장에서 약 30m 떨어진 작업장에선 부산 사상~하단선 공사가 중단 없이 진행됐다. 김민주 기자

 
하지만 전날 오전 5시 30분 싱크홀(가로 3m, 세로 4.5m, 깊이 5m) 사고가 일어난 곳에서 불과 350m 떨어진 곳에서 공동이 재차 확인되자 인근 주민 불안감이 높아졌다. 전날 싱크홀 또한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부근에서 일어났다. 지난해부터 이 일대에서 나타난 싱크홀은 알려진 것만 9번째다.

“일단 멈춰야” vs. “메우면 끝” 충돌

새벽시장 앞 공동을 정리하던 작업이 한창이던 오전 11시 30분쯤엔 김창석(사상구2, 국민의힘) 부산시의원과 공사 발주처인 부산교통공사 최의식 시설건설처장 사이에 고성도 오갔다.


공동이 발견된 이후에도 주변부에서 유압장비 등을 이용한 공사가 계속되자 김 의원은 “일부 구간이라도 공사를 우선 멈추고 다른 공동이 없는지 정밀 진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최 처장이 “전혀 문제없다. 인명 피해도 없지 않으냐. 이거(공동)를 메우면 끝나는 일”이라고 답하면서 양측 언성이 높아졌다.

이후 최 처장은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과 119구조대원 등에게 “왜 오셨는지 모르겠다. 필요한 일 없으니 돌아가시면 된다”고 안내했다. 이어 기자들에겐 “(원인은) 누수 등 문제로 보인다. 육안으로 현장을 확인한 결과 추가 싱크홀 등 사고 위험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14일 깊이 5m 규모 공동이 확인된 부산 사상구 감전동 현장 바로 옆 전신주가 심하게 기울어져 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전신주가 기울어진 건 약 2달 전이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민주 기자

14일 깊이 5m 규모 공동이 확인된 부산 사상구 감전동 현장 바로 옆 전신주가 심하게 기울어져 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전신주가 기울어진 건 약 2달 전이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민주 기자

 
하지만 불안을 느끼는 주민이 많다. 이번 공동과 맞닿은 골목 안쪽에서 20년 넘게 완구 유통업을 한 정운조(64)씨는 “이 일대는 본래 지반이 약하고, 비가 오면 잠기다시피 하는 곳이다. 작년부터 싱크홀이 계속돼 ‘언젠간 사달이 날 것’이라고 염려하는 이웃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공동 바로 옆 전신주를 가리키며 “꼿꼿하게 서 있던 전신주도 2달여 전부턴 기울었지만 아무도 조치하지 않는다. 믿을 수 없는 안전불감증”이라며 걱정을 내비쳤다.

“얽힌 매설물에 재료 분리… 상설 예찰팀 필요”

민간 전문가 자격으로 이날 공동 현장을 조사한 정진교 부산과학기술대 첨단공학부 교수는 “새벽로 땅속엔 하수박스와 통신케이블, 상수관, 가스관 등 매설물이 얼기설기 겹친 채 매설돼있다. 이런 지반에선 땅속 흙들이 뭉치지 않고 서로 떨어지는 재료분리 현상이 일어난다. 비가 오면 흙이 쉽게 쓸려 내려가며 매설된 관 주변에 공동이 생긴다”며 “이번 공동도 이런 이유로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4일 오전 7시쯤 부산 사상구 감전동 부산새벽시장 건너편 차도에서 깊이 5m 규모 공동이 확인돼 주변이 통제되고 있다. 김민주 기자

14일 오전 7시쯤 부산 사상구 감전동 부산새벽시장 건너편 차도에서 깊이 5m 규모 공동이 확인돼 주변이 통제되고 있다. 김민주 기자

정 교수는 “이 공동이 사상~하단선 공사 여파로 생긴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현재로썬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공사가 끝난 이후에는 사상~하단선 측구(양옆 지하 공간)의 공동 파악 및 관로 재정비가 이뤄져야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 지표투과레이더(GPR) 등 장비를 이용해 정기적으로 지하 안전성을 살피는 부산시 단위의 상설 조직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