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용발사체 가능하고, 안 돼도 해야 하고, 해야만 살아남아” [최준호의 사이언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인터뷰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지난 1년간 우주 관련 스타트업을 비롯 관련 생태계가 많은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지난 1년간 우주 관련 스타트업을 비롯 관련 생태계가 많은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누리호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한국 우주가 스페이스X와 같은 재사용발사체의 대열에 들어설 수 있을까. 지난 2월 국가우주위원회가 열린 뒤 ‘차세대발사체는 재사용으로 개발한다’는 소식이 일제히 전해졌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당시 심의ㆍ의결된 내용은 ‘재사용발사체 결정’이 아니라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의 계획 변경을 검토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검토 결과, 재사용이 아닌 ‘일회용’이 선택될 수도 있다. 다만, 차세대는 재사용이어야 한다는 우주항공청의 희망이 강하게 반영됐을 뿐이었다. 어쨌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우주 관련 기업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향후 10년 뒤 쓸 한국 우주발사체가 아무리 고성능이라도 ‘일회용’이라면,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다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한 그간 우주발사체 개발에 관여해온 인사들은 “이제 겨우 자체기술로 첫 우주발사체를 개발한 마당에 재사용은 달성하기 힘든 비현실적 목표”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우주항공청의 바람처럼 K우주는 과연 재사용발사체 시대로 도약할 수 있을까.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국제 스페이스 심포지엄에 참석한 뒤 막 귀국한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을 지난 11일 인터뷰했다. 윤 청장은 지난해 5월 우주항공청 개청과 함께 취임한 초대 청장이다.

발사체 방식 변경 위한 행정절차

 

재사용발사체를 하겠다는 건가. 우주위에서 결정한 정확한 내용이 뭔가.
 

두 가지 안을 모두 검토해달라는 거다. 1안은 첨단 다단연소 사이클 방식의 추력 100t 케로신 엔진을 단 일회용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이지만, 기존 차세대발사체 계획과 달리 1단에 100t 엔진 2개를 보태 7개를 다는 거다. 원래 방식대로 하면 질량 1.8t의 달 착륙선을 싣기엔 추력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뒤늦게 나왔다. 2안은 추력 80t의 메탄엔진을 장착한 2단형 발사체다. 둘 다 2032년까지 착륙선을 달까지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기존 예산의 15%를 초과하지 않아 예비 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지 않아도 된다.
 
(누리호(KSLV-2)의 뒤를 이를 차세대발사체(KSLV-3)는 현재론 재사용이 아닌 ‘일회용’이다. 1단에 케로신을 연료로 하는 추력 100t의 다단연소 사이클 방식의 엔진 5개를 달고, 2단에는 10t 엔진 2개를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이용해 2030년까지 KSLV-3를 개발하고, 2032년 무인 달착륙선을 쏘아 올린다는 내용이다.)

차세대 발사체 후보 제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우주항공청]

차세대 발사체 후보 제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우주항공청]

 


2월 국가우주위에서 수정ㆍ의결한 차세대발사체는 재사용이 아닌가.
 

아니다. 1ㆍ2안을 검토를 위한 행정절차다. 2안도 정확히는 재사용발사체가 아닌 재사용 기능을 강화한 발사체다. 사업종료 시점인 2032년 달착륙선을 보낼 때까지는 메탄 엔진을 쓰지만 재사용발사체 개발은 아니다. 다만 엔진 재점화 등 재사용을 위한 기술의 70~80%를 확보하는 것이 사업계획에 들어있다. 
 

 

그런데 왜 한 가지가 아니고 두 가지 안인가.
 

물론 우주청의 의견은 2안이다. 우주청은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이 끝난 뒤 추가 사업을 통해 2035년까지 재사용발사체 개발을 완료한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2안은 달착륙도 완수하고 재사용발사체도 개발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식이다. 다만 1안도 같이 올린 건, 기존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을 심의해온 전문가들의 의견이 1안 쪽에 기울어 있기 때문에 행정절차를 통해 판단을 구해보자는 거다.
 

 

재사용을 목표로 하는 메탄연료 발사체 개발은 너무 높은 목표라는 현실적 반발도 있다.    
 

애초 계획한 차세대발사체는 누리호보다 효율이 뛰어난 다단연소 사이클 방식인데, 우주청이 제시한 방식은 누리호처럼 가스발생기를 단 방식이다. 연료의 방식을 기존 케로신에서 재사용 가능한 메탄엔진으로 바꾸는 것이라 그리 높은 목표가 아니다. 이미 3t 규모의 메탄엔진 개발은 항우연에서도 해오고 있다. 다만 1단 발사체 귀환을 위한 비행제어 등의 기술은 새로 도전해야 하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이 또한 국내 스타트업들이 작은 규모지만 재사용발사체 비행제어 기술 개발에 이미 들어갔다. 필요하다면 이들과 협업도 할 수 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와 이노스페이스 등 국내 우주발사체 스타트업들은 수년 전부터 메탄 엔진 기반의 발사체 재사용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누리호 4차 발사 준비를 위한 첫 연소시험. 올 하반기에 발사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누리호 4차 발사 준비를 위한 첫 연소시험. 올 하반기에 발사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메탄은 재사용에 최적화한 연료

 

 

왜 굳이 메탄인가, 스페이스X의 팔콘9도 케로신 기반이지만 20회 넘게 재사용한다.
 

팔콘9은 애초 재사용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이후 재사용발사체로 바꾸기 위해 수년간의 시간과 또 많은 비용을 들었다. 메탄은 케로신과 달리 그을음이 거의 생기지 않아 재사용발사체에 최적화된 연료다. 스페이스X가 지금 시험발사 중인 스타십에 메탄을 쓰는 랩터 엔진을 장착한 게 그 이유에서다.  중국ㆍ유럽ㆍ일본 등도 재사용발사체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모두 메탄 엔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어떤 행정절차가 기다리고 있나.
 

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혁신본부가 계획변경 특정평가 대상 선정 소위원회를 열어 1,2안을 포함한 사업계획의 변경 필요성 등을 검토한다.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할 때 변경을 추진하는 것이 적합한지를 보는 거다. 여기서 선정되면 예비타당성조사에 준하는 평가를 거치게 된다. 선정되지 않으면 기존 사업 계획을 유지하거나 기재부의 적정성 재검토에 접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세계는 이미 재사용 발사체 시대로 넘어갔다. 미국 스페이스X의 팔콘9은 1단 회수를 통해 발사 비용의 70%를 절감했고, 현재 전 세계 발사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누리호에 이어 차세대발사체까지 일회용으로 가면 앞으로 경쟁이 불가능하다. 재사용발사체 개발은 가능하고, 안돼도 가야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다녀온 국제 스페이스 심포지엄은 어땠나.
 

스페이스 심포지엄은 매년 1만 명 이상의 우주 관련 연구자ㆍ관료ㆍ기업인이 모이는 대표적 우주 행사다.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직무대리, 제트추진연구소(JPL) 대표 등을 만나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참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 그 외 다른 나라 참석자들도 한국우주항공청을 먼저 찾아와 양자회담을 진행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우리가 우주청이 없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우주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우주청이 진작에 만들어졌어야 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