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스마일’ 이번엔 깨지나…트럼프발 관세전쟁에 '셀USA' 역풍

경기가 호황이거나, 반대로 침체를 겪어도 달러 가치는 강세를 띤다는‘달러 스마일(Dollar smile)’ 이론이 흔들리고 있다. ‘관세 충격’에 미국의 주식과 채권을 파는 ‘셀 USA(Sell USA)’ 현상이 벌어지면서다. 전문가들은 약달러 현상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추세적인 기조로 굳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원화 가치는 오후 3시 30분(주간거래) 기준 전 거래일보다 25.8원 오른(환율은 하락) 1424.1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12월 6일(1419.2원)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높다. 원화 값이 모처럼 어깨를 편 것은 달러 가치가 급락해서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 인덱스는 한때 99.01까지 하락했다. 달러 인덱스가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14일에도 달러인덱스는 장 중 한때 99.4까지 떨어지면서 100을 밑돌았다.

‘달러 스마일’ 이론 그래픽 이미지.

‘달러 스마일’ 이론 그래픽 이미지.

 
최근 달러 가치 하락은 이례적 현상으로 평가받는다. 달러는 경기가 좋으면 강세를 보이고, 경기가 나빠도 안전 자산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역시 값이 비싸진다. 경기 상황을 가로축으로 두고 세로축을 달러 가치로 표시한 뒤 그래프를 그렸을 때, 경기 호황과 불황 양극단에서 달러 가격이 모두 올라가며 마치 웃는 모양이 된다는 달러 스마일 이론이 시장에서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관세 충격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달러 값은 오히려 떨어졌다.

달러가 예외적 약세를 보이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정책에 미국 자산 투자는 일단 피하자는 심리가 확산하면서다. 특히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미국 경제를 망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졌다. 여기에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 저하로 투자자들의 미국 이탈 현상이 커진 것도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처음에는 트럼프 관세 정책의 피해로 미국의 금리가 떨어지면서, 비미국 국가와 금리 차가 축소돼 약달러가 전개됐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 금리 상승에도 달러는 동반 약세를 보였는데, 트럼프의 무분별한 관세 정책에 대응해 중국을 필두로 비미국 자금이 미국에서 이탈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자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 의도적인 약달러를 유도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점도 최근 달러 값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강달러’ 현상이 누그러지면서 역설적으로 한국 경제는 숨통 트였다는 분석이다. 달러 약세로 원화 값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안정되고, 자본 유출 위험 줄어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쉬워진다. 다만, 이런 약달러가 장기간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걷히면 다시 달러 강세가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재 수준의 달러 약세면 한은도 금리를 내릴 수 있겠지만, 달러 가치 등락 폭이 너무 커 일단 시장을 관망하는 차원에서 금리 동결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결국 관세 등 트럼프 정책을 불확실성이 언제 해소되는지에 따라 달러 값 추이도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