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대만 투입?…전 주한미군사령관, 대만군 훈련 참여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AP=연합뉴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AP=연합뉴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중국군의 무력 침공을 상정한 대만군의 연례 합동군사훈련에 미국 측 대표로 참가했다. 그간 미국은 중국도 대만도 아닌 제3의 '옵서버'(참관자)로 이 훈련에 참여했는데, 이번엔 대만 편에서 활동했다. 미국이 대만과의 합동 작전 모델을 준비하고 여기에 투입할 병력으로 주한미군을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보 등 대만언론은 14일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대만 '한광 41호 훈련'의 일부인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 지휘소훈련(CPX)에 파견됐다고 보도했다. 기갑병과 출신인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메이자수 대만군 참모총장의 고문으로 훈련에 참여했다.

한광훈련은 중국군의 무력 침공시 대만군의 방어 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훈련이다. 1984년부터 해마다 실시됐으며. 지난 5일부터 2주간 일정으로 진행 중인 이번 훈련은 2027년 중국군의 침공을 가정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 대만 한광(漢光) 훈련에서 방독면을 쓴 대만군이 생화학전 훈련을 하고 있다. 한광훈련은 중국군의 무력 침공에 대비한 대규모 연례 합동군사훈련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1년 9월 대만 한광(漢光) 훈련에서 방독면을 쓴 대만군이 생화학전 훈련을 하고 있다. 한광훈련은 중국군의 무력 침공에 대비한 대규모 연례 합동군사훈련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훈련 참가를 두고 미국이 대만과 본격적으로 합동 군사 작전을 준비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쑤쯔윈 대만 국방안전연구원 연구원은 "기존에는 미국 측 대표가 옵서버팀으로 한광훈련을 지켜본 후 워게임 검토 회의에서 건의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엔 수비군(청군·대만군) 지휘관의 고문을 맡아 가상의 적 부대(홍군·중국군)에 대항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고문 참여는) 대만과 미국이 미래의 합동 작전 모델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전시에 상호 협력 가능성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에도 한광훈련에 미군 측 예비역들이 참가해왔지만,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참가한 것이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제중 대만 중화미래전략협회 연구원도 "미국 고위 퇴역 장군이 대만군 참모총장의 고문을 맡은 것은 양측의 교류가 '계획 조율'을 시작하는 단계까지 격상됐음을 보여준다"고 봤다. 다만 "(실제) 합동 작전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진단했다.


미군 퇴역 장성 중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훈련에 참여한 것도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 국방부를 중심으로 주한미군 역할 변화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지난 8일 대(對) 중국 강경파로 주한미군이 북한보다는 중국 억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내정자가 연방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지난달 CSIS 온라인 대담에서 "(콜비가 취임하면) 한국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지난달 국방부 내에 배포한 '임시 국가방위전략 지침'을 통해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 등을 최우선 과제로 명시했다.

지난 2018년 1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주한미군사령관을 역임한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2019년 2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북핵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철수도 가능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이후 "주한미군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의 영향을 안 받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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