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4월 윤보선 고택에서 진행된 서울스프링실내악 축제의 고택음악회. 올해 고택음악회는 '영성'을 주제로 26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사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올해로 20년째 이 축제를 이끌고 있는 강동석 예술감독(바이올리니스트·71)은 14일 서울 종로구 안동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에도 전문 실내악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며 “20년간 한국 음악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본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 예술감독은 8세에 신동으로 이름을 알리며 데뷔한 바이올리니스트다. 10대에 미국으로 떠나 전 세계의 다양한 음악축제에 참여해 왔던 그는 서구에서 많은 사람이 즐기는 실내악의 매력을 한국에 알리고 싶어 2006년 SSF를 시작했다. 20년간 매해 다른 주제를 통해 실내악의 다채로운 매력을 소개했다. 특히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곡과 신예 연주가들을 꾸준히 알린 것이 성과로 꼽힌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조성진 또한 SSF를 거쳐 갔다.
1회부터 SSF를 함께 해 온 연세대 김상진 교수(비올리스트·53)는 이날 회견에서 “20년간 구심점이 되어 온 강 예술감독이 SSF의 색이자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 나라 문화 척도는 실내악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실내악 연주회에 오면, 작곡가의 더 세밀한 내면을 알 수 있고, 연주자를 더 가까이 볼 수 있다”고 실내악의 매력을 강조했다. 연세대 김영호 명예교수(피아니스트·69)는 “연주자로서 실내악은 다른 이들의 소리도 함께 들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를 20년간 이끌어 온 강동석 예술감독. 바이올리니스트인 그는 SSF에도 연주자로서 직접 참여하고 있다. 사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올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의 포스터. SSF는 22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총 14회의 공연이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윤보선 고택 등에서 진행된다. 사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강 예술감독을 포함한 총 69명의 예술가가 무대에 오른다. 작년 아트실비아 실내악 콩쿠르 특별상에 빛나는 리수스 콰르텟, 동양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성악 강사를 역임한 베이스 바리톤 안민수 등이 올해의 새로운 얼굴들이다. 강 예술감독과 20년째 함께한 피아니스트 김영호, 비올리스트 김상진 또한 전회 참여한다. 예능, 클래식, 대중공연까지 화제를 끌어 온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도 2020년부터 6년째 함께한다.
특히 20명의 음악가가 출연하는 공연, 작품 번호 20번이 붙은 곡을 모은 연주회 등 2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 발터 라블의 클라리넷 4중주, 프라이스의 피아노 5중주 등 그동안 SSF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2008년 SSF에서 공연했던 프랑스의 클라리넷 앙상블 ‘레봉벡’도 26일 가족음악회로 찾아온다.
클래식 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곡도 선보인다. 강 예술감독은 그중에서도 발터 라블의 피아노 3중주, 유페로프의 피아노 3중주를 소개하고 싶다며 “직접 악보를 찾거나 유튜브를 통해 발견했다”며 “곡을 찾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강 예술감독이 “열정으로 지탱해 온” SSF의 과제와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실내악 팬층을 두껍게 만드는 것은 물론, 재정적 기반을 안정적으로 꾸려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펀딩 등 자금지원이 개막 2달 전에 확정되다 보니 섭외가 쉽지 않다”며 “한국에서 실내악이 전성기를 맞을 때까지 앞장서서 활동하고 싶다”고 전했다.
개막 공연은 22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다음달 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