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예술감독이 20년간 끌어온 축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22일 개막

작년 4월 윤보선 고택에서 진행된 서울스프링실내악 축제의 고택음악회. 올해 고택음악회는 '영성'을 주제로 26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사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작년 4월 윤보선 고택에서 진행된 서울스프링실내악 축제의 고택음악회. 올해 고택음악회는 '영성'을 주제로 26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사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독주보다 다채롭고,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보다 친밀하다. ‘독주 악기들의 소규모 앙상블’을 뜻하는 실내악은 고유한 음색을 지닌 악기들 간의 교감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의 한 장르. ‘실내악 불모지’였던 한국에 2006년부터 이 장르를 알려온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eoul Spring Festival of Chamber Music, 이하 SSF)가 오는 22일 개막한다.

올해로 20년째 이 축제를 이끌고 있는 강동석 예술감독(바이올리니스트·71)은 14일 서울 종로구 안동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에도 전문 실내악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며 “20년간 한국 음악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본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 예술감독은 8세에 신동으로 이름을 알리며 데뷔한 바이올리니스트다. 10대에 미국으로 떠나 전 세계의 다양한 음악축제에 참여해 왔던 그는 서구에서 많은 사람이 즐기는 실내악의 매력을 한국에 알리고 싶어 2006년 SSF를 시작했다. 20년간 매해 다른 주제를 통해 실내악의 다채로운 매력을 소개했다. 특히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곡과 신예 연주가들을 꾸준히 알린 것이 성과로 꼽힌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조성진 또한 SSF를 거쳐 갔다.

1회부터 SSF를 함께 해 온 연세대 김상진 교수(비올리스트·53)는 이날 회견에서 “20년간 구심점이 되어 온 강 예술감독이 SSF의 색이자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 나라 문화 척도는 실내악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실내악 연주회에 오면, 작곡가의 더 세밀한 내면을 알 수 있고, 연주자를 더 가까이 볼 수 있다”고 실내악의 매력을 강조했다. 연세대 김영호 명예교수(피아니스트·69)는 “연주자로서 실내악은 다른 이들의 소리도 함께 들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를 20년간 이끌어 온 강동석 예술감독. 바이올리니스트인 그는 SSF에도 연주자로서 직접 참여하고 있다. 사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를 20년간 이끌어 온 강동석 예술감독. 바이올리니스트인 그는 SSF에도 연주자로서 직접 참여하고 있다. 사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올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의 포스터. SSF는 22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총 14회의 공연이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윤보선 고택 등에서 진행된다. 사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올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의 포스터. SSF는 22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총 14회의 공연이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윤보선 고택 등에서 진행된다. 사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올해의 주제는 ‘20 캔들스(20 Candles)’. 자축의 의미로 켠 촛불의 숫자를 의미한다. 22일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다음달 4일까지 총 14회의 공연이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윤보선 고택 등에서 진행된다. 

강 예술감독을 포함한 총 69명의 예술가가 무대에 오른다. 작년 아트실비아 실내악 콩쿠르 특별상에 빛나는 리수스 콰르텟, 동양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성악 강사를 역임한 베이스 바리톤 안민수 등이 올해의 새로운 얼굴들이다. 강 예술감독과 20년째 함께한 피아니스트 김영호, 비올리스트 김상진 또한 전회 참여한다. 예능, 클래식, 대중공연까지 화제를 끌어 온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도 2020년부터 6년째 함께한다.

특히 20명의 음악가가 출연하는 공연, 작품 번호 20번이 붙은 곡을 모은 연주회 등 2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 발터 라블의 클라리넷 4중주, 프라이스의 피아노 5중주 등 그동안 SSF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2008년 SSF에서 공연했던 프랑스의 클라리넷 앙상블 ‘레봉벡’도 26일 가족음악회로 찾아온다.

클래식 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곡도 선보인다. 강 예술감독은 그중에서도 발터 라블의 피아노 3중주, 유페로프의 피아노 3중주를 소개하고 싶다며 “직접 악보를 찾거나 유튜브를 통해 발견했다”며 “곡을 찾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강 예술감독이 “열정으로 지탱해 온” SSF의 과제와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실내악 팬층을 두껍게 만드는 것은 물론, 재정적 기반을 안정적으로 꾸려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펀딩 등 자금지원이 개막 2달 전에 확정되다 보니 섭외가 쉽지 않다”며 “한국에서 실내악이 전성기를 맞을 때까지 앞장서서 활동하고 싶다”고 전했다.

개막 공연은 22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다음달 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