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도 더위 온뒤 '극한 봄 폭풍' 韓·中 휩쓴 이 저기압 뭐길래

 12일 중국 동부 안후이성 푸양에서 강풍에 쓰러진 건물 구조물의 잔해가 떨어져 있다. AFP=연합뉴스

12일 중국 동부 안후이성 푸양에서 강풍에 쓰러진 건물 구조물의 잔해가 떨어져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주말 한반도와 중국 대륙에 때아닌 겨울 추위와 눈, 강풍·우박·황사까지 몰고 온 저기압이 일본 열도를 향하고 있다. 

14일 일본 기상청은 "15일 혼슈 부근 상공 5.5㎞에서 영하 30도 이하의 강한 한기가 흐를 전망"이라며 "낙뢰, 토네이도 등 격렬한 돌풍과 강한 비가 일본 전역에서 내릴 수 있으니, 발달한 비구름이 접근하면 건물 내로 대피하는 등 주의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한·중·일을 연이어 강타하는 이번 저기압은 북극 대기 상층에 흐르는 제트기류가 분리되며 형성된 '절리저기압'이다. 북극 주위를 도는 제트기류가 뱀처럼 구불구불해지며 중위도로 내려올 때, 일부가 분리되며 발달하는 저기압이다. 북극의 -30도 이하 찬 공기를 품고 대기 상층에서 회전한다.

따뜻한 봄철에 절리저기압이 중위도로 오면 대기 상하층의 기온 차이가 50도가량 벌어지면서 강한 대류현상을 일으켜 적란운을 형성한다. 적란운은 강한 비와 함께 돌풍·천둥·번개·우박을 일으킬 수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번 절리저기압은 중국에서 기록적인 강풍을 일으켰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2일 톈진(天津)에서는 최대 풍속이 초속 43.2m에 달하는 돌풍이 관측됐다. 1951년 이후 4월 풍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도 베이징(北京)에서는 나무 843그루가 쓰러지고 차량 30대, 주택 6채가 파손됐다. 안후이(安徽)성에서는 55세 여성이 바람에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숨지는 등 사상 사고도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곳곳에서 최대 풍속이 초당 20m 넘는 바람이 불며 간판 낙하 등의 피해가 이어졌다. 13일 여수, 양양, 부산 등 바닷가와 내륙인 화성에서는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30m를 넘기도 했다. 초속 30m는 난간을 잡지 않으면 사람이 날아가고 기차가 탈선하거나 나무가 뽑힐 수 있는 수준의 강풍이다. 

의정부에서는 부러진 나뭇가지가 전선을 건드리며 858가구에 정전을 일으켰고, 수원에선 간판이 쓰러지며 주차된 차량을 파손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27도 올랐다 절리저기압 만난 중국…“극한 기상 잦아져”  

절리저기압이 봄철 강풍과 비를 쏟는 건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기후변화가 봄철 극한 기상을 점점 강화시킬 거란 목소리가 나온다. 절리저기압이 도달하기 직전 베이징은 낮 기온이 27도까지 오르며 여름철 더위가 나타났다. 대기 하층과 상층의 기온차가 클수록 대기 불안정도 심해진다. 일본에서도 절리저기압이 지나갈 때, 따뜻하고 습한 공기도 유입돼 극한 기상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3일 오전 6시쯤 울산시 울주군 삼남읍 상천리에서 강풍에 날아간 판넬이 전신주를 덮쳐 전신주가 넘어져 있다. 사진 울산시

13일 오전 6시쯤 울산시 울주군 삼남읍 상천리에서 강풍에 날아간 판넬이 전신주를 덮쳐 전신주가 넘어져 있다. 사진 울산시

 
또한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제트기류가 약해지며 구불구불해지는 현상이 강해지고, 따라서 절리저기압이 과거보다 자주 발생할 거란 예상도 나온다.

한반도는 절리저기압이 일본을 지나가는 15일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오후 절리저기압의 후면에서 강풍이 불며 충청·전라 서해안과 남해, 부산 울산에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 강원 산지에는 대설주의보 발령이 난 상태다. 

기상청 관계자는 "절리저기압의 면적이 크기 때문에 일본을 지나갈 때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 16일 오전까지 이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와 바람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