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빙도 당한 ‘K브랜드’ 도용…지난해 사상 최대 1만건 육박

국내 빙수 브랜드 ‘설빙’은 2015년 중국에 진출하려다 곤욕을 치렀다. 일찌감치 한 중국 업체가 설빙과 유사한 ‘설빙원소’ 상표를 중국 당국에 등록해 영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설빙원소는 설빙의 메뉴 구성뿐만 아니라 직원 유니폼, 진동벨, 인테리어 등을 모방해 영업을 해왔고 설빙이 중국에 들어오자 역으로 당국에 신고를 했다.

설빙은 이에 맞서 중국 당국에 설빙원소의 상표권 무효 심판을 제기했고, 2022년 이겼다. 그러나 실익은 거의 없었다. 설빙은 중국에서 자리를 못 잡고 철수해야 했다. 오히려 현지 협력업체한테 받았던 라이센스 수수료 등 10억원가량을 되돌려줘야 했다. 14일 설빙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분쟁에 휘말리는 동안 환산하기 어려운 시간적 금전적 피해를 봤다”며 “다른 국내 기업들은 해외 진출 전에 꼭 현지 상표권 등록 문제부터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기업의 브랜드가 해외에서 상표권을 무단으로 선점당하는 사례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무단 선점이 의심되는 모니터링 건수는 9249건으로 전년보다 약 84%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당 통계는 2017년까지 연간 1000건 미만에 그쳤다. 그러다 2018년 1666건, 2020년 4522건, 2022년 4654건에 이어 지난해 1만 건에 육박하는 등 급증세다. 상표권 선점 뒤 국내 기업에 접근해 합의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도 상당하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상대 지역별로 구분하면 과거에는 중국에 당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컸다. 하지만 유상근 변리사는 “최근에는 지식재산권 보호 정책을 강화하는 중국 대신 규제망이 느슨한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상표권 무단 선점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동남아에서 한류 열풍이 이어지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피해 건수 가운데 동남아(5091건)는 중국(2162건)의 2배를 넘었다. 특히 베트남에선 탐앤탐스·네네치킨·한샘 등의 브랜드가 무단 선점 피해를 봤다.

상표권 선점 없이 단순히 한국 기업 브랜드를 모방한 ‘짝퉁’ 문제도 확산세라고 특허청은 설명했다. 지난해 해외 온라인 위조 상품에 대한 유통 차단 건수는 19만1971건으로 전년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지역별로는 중국(3만4859건)이 전년보다 14%가량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국내 면도날 브랜드 ‘도루코(DORCO)’와 영문 브랜드명이 유사한 ‘도레오(DOREO)’를 적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짝퉁 문제 역시 동남아(10만4636건)가 중국보다 크게 심각했다. 이 밖에 북미·유럽(1만5423건), 남미(5267건)도 상당했다. 김준경 특허청 산업재산분쟁대응과장은 “최근 국내 기업이 출시를 예고하는 이미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출시 전인 바로 다음 날 짝퉁 제품이 시중에 나왔고, 짝퉁 제품 가격이 진품보다 높은 사례까지 있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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