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00조 투자해 AI 주권 확보”…전문가그룹 앞세워 K-AI 드라이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신사동 퓨리오사AI에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의 기술 소개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신사동 퓨리오사AI에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의 기술 소개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권 시 인공지능(AI) 분야에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전 대표는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AI 세계 3대 강국으로 우뚝 서겠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정부가 민간 투자의 마중물이 되어 AI 관련 예산을 선진국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증액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0일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정책 공약이다.

이 전 대표는 “AI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 ▶GPU(그래픽 처리 장치) 확보 및 NPU(신경망 처리 장치) 개발로 기술주권 확보 ▶글로벌 AI 공동투자기금 조성 ▶지역별 거점대학에 AI 단과대 설립, AI 분야 우수 인재 병역특례 확대, 해외 인재 유치를 통한 인재 양성 ▶AI 관련 규제 완화 ▶모든 국민이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한국형 챗GPT ‘모두의 AI’ 프로젝트 추진 등도 함께 약속했다.

민주당과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AI 정책 구상은 ▶AI를 미래 성장 동력의 지렛대로 삼고 ▶AI 연구개발·인재육성에 국가가 전략적으로 투자하며 ▶이를 통해 창출된 부(富)를 기본소득 등 국민 공동의 부로 환류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른바 ‘AI 국부펀드’를 통한 ‘K-엔비디아’ 육성, 이를 기반으로 한 ‘AI 기본사회’를 구현하겠단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100조원이란 투자 규모에 관해 “기업과 자본시장 등 민간 부문에서만 향후 수년 안에 65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며 “여기에 매년 투입될 정부 재정까지 합하면 5년 임기 내에 100조원 정도가 조성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백준호(오른쪽) 퓨리오사AI 대표가 14일 서울 신사동 퓨리오사AI를 방문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윤후덕 캠프 정책본부장. 국회사진기자단

백준호(오른쪽) 퓨리오사AI 대표가 14일 서울 신사동 퓨리오사AI를 방문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윤후덕 캠프 정책본부장. 국회사진기자단

첫 현장 행보도 AI였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예고한 대로 NPU 분야 국내 1위 AI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인 퓨리오사AI를 방문해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이 전 대표는 간담회에서 “제 최대 관심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이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삶을 살게 할까’”라며 “국가 공동체가 어떤 역할을 통해 AI 사회에 대비해 나갈지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 전 대표는 주로 현장의 엔지니어들이 체감하는 애로 사항을 직접 물었다. 백준호 대표 등 퓨리오사AI 관계자들은 “AI 분야는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만큼 집적된 자본력, 인력의 충원, 인프라 구축, 펀드 마련 등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국내 우수한 인적 자원이 해외에 유출되지 않도록 다양한 혜택과 지원도 이뤄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강유정 캠프 대변인이 전했다.


 
이 전 대표의 퓨리오사AI 방문은 출마 선언 이전부터 추진됐다고 한다. 양측의 만남을 주선한 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 박사 출신이자 당 AI강국위원회 간사인 황정아 의원이다. 황 의원은 “당초 AI강국위 차원의 방문을 계획하다 이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경선 캠프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았던 AI강국위는 지난달 7일 출범 이후 정부가 민간 자본 유치, AI 데이터센터 설립, 해외 인력 유치 등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 사례를 검토해 정부의 적극적인 리더십을 강조해 왔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소통플랫폼 '모두의질문Q' 출범식에서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소통플랫폼 '모두의질문Q' 출범식에서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경기지사 직속 AI산업전략관을 신설하는 등 AI는 이 전 대표가 예전부터 꾸준히 관심을 보여 온 분야다. 캠프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당대표 때부터 정보통신(IT)벤처업계 출신 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과 AI를 주제로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면서 스스로도 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대선용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4월 16일 출범)에 합류하는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도 AI 관련 정책 수립의 핵심 자문 그룹으로 꼽힌다. 신진우 KAIST 석좌교수 등 AI강국위 민간부위원장단과 송경희 성균관대 AI신뢰성센터장 등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민간위원들도 AI 관련 공약 내실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중국 등 선도국가의 재정 투입 규모를 고려하면 AI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재원 마련에 대한 충분한 고민도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너무 앞서 나가다 시장에 맡겨야 할 것까지 좌지우지해 돈만 낭비하는 관료주의적 폐해가 없도록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