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준홍 기자
50일가량 남은 6·3 대선을 앞두고 이번에도 제3지대가 꿈틀대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홀로 점유하고 있던 공간에 일부 빅샷들이 합류할 태세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일부 후보들이 ‘룰’을 문제 삼으며 이탈하면서 그 흐름이 빠르고 강해졌다.
지난 13일 국민의힘 경선 불참을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국민의힘이 1차 경선에서 이른바 ‘역선택 방지 조항’을 포함해 여론조사를 하고, 최종 경선에서 당원 투표 50%와 일반 여론 50%를 합산키로 하자 “보수 영토를 중원으로 넓히기는커녕 점점 쪼그라드는 행태가 할 말을 잃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14일 무소속 또는 제3지대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심이 확실하게 선 것은 아니다. 백지상태에서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당에선 비명계 주자들의 고심이 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전 대표가 40% 넘는 지지율로 독주 중인 가운데, 다른 주자들은 1%대 전후 수준이다. 이런 중에도 당이 당원투표 50%와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당원 영향력을 키우는 쪽으로 경선 룰을 변경한 데 대한 반발도 크다.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김두관 전 의원은 14일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저버린 민주당 경선 참여를 거부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김 전 의원 또한 무소속 출마 또는 제3지대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
진보 진영에선 김 전 의원 외에도 지난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새미래민주당을 창당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 측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전 총리도 출마에 무게를 두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전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4.11/뉴스1
이 전 대표의 독주 태세가 강고한 상황에서 이대로라면 필패라는 위기감이 묻어있다. 판을 뒤흔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직 의원은 “대선 장이 섰는데 우리가 국민한테 고를 만한 선택지는 넓혀야 하지 않겠나. ‘이재명은 못 찍겠다’는 국민이 손이 가는 선택지를 만드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고 말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19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20240819
그러나 바른정당에서의 실패를 경험한 이들은 온도가 다르다.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확정 지은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갤럽이 지난 10~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 ‘잠룡’과 3자 대결을 펼칠 때 1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보수 헤게모니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 있다면 거의 기름을 붓듯이 그에게 가속이 붙을 것”이라며 “싸움이 조기에 정리돼 제가 치고 올라가면 자연적으로 승리의 흐름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