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인데 무리한 수사" 처남 사망에 발끈한 전북교육감, 무슨일?

지난 1월 21일 전주지방법원 1층 로비에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취재진에게 "재판부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기웅 기자

지난 1월 21일 전주지방법원 1층 로비에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취재진에게 "재판부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기웅 기자

檢, 처남 부검영장 기각…“유족이 반대”

전북교육청이 초상집 분위기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지난 1월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500만원이 선고된 서거석(70) 전북교육감이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된 데 이어 위증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던 처남 유모(58)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다. 유씨는 서 교육감 선거를 도운 최측근으로 전북교육청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인물이다.

진안경찰서는 15일 “유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었다”며 “그러나 검찰이 타살 혐의점이 없는 데다 ‘부검을 원치 않는다’는 유족 의견과 ‘일산화탄소 중독사’라는 검시 결과 등을 종합해 경찰이 신청한 부검영장을 지난 13일 기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 12일 오전 7시 57분쯤 진안군 안천면 용담댐 인근 야산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씨는 휴대전화에 ‘재판을 받는 게 힘들다’는 취지의 메모를 남겼다.

2023년 12월 19일 서거석 전북교육감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이귀재 당시 전북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전주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 교수는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의 형이 확정됐다. 연합뉴스

2023년 12월 19일 서거석 전북교육감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이귀재 당시 전북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전주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 교수는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의 형이 확정됐다. 연합뉴스

유족 “무리한 수사”…검찰 “회유·협박 없었다”

유씨는 서 교육감이 전북대 총장 재직 시절인 2013년 11월 18일 전주 한 식당에서 불거진 ‘동료 교수 폭행 의혹’을 선거 과정에서 부인한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되자, 폭행 피해자로 지목된 이귀재 전 전북대 생명과학부 교수에게 전북교육청 급식 사업 담당자를 소개해 주는 대가로 서 교육감 1심 재판에서 “폭행당한 적 없다”고 위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음 달 2일 1심 3차 공판을 앞두고 유씨가 사망하면서 유씨 재판은 공소 기각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이 전 교수와 함께 이 전 교수의 전북대 총장 선거를 도운 측근 김모(50대)씨와 이 전 교수의 전 변호인 최모(40대)씨도 각각 위증교사·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씨 사망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서 교육감을 포함한 유족은 사망 당일 성명을 내고 “고인은 췌장암 투병으로 힘든 상황에서 무리한 수사까지 겹치자 괴로운 심경을 피력해 왔다”며 “특히 사실과 다른 내용을 견강부회해 기소한 검찰과 이를 확인 없이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서운함도 자주 내비쳤다”고 밝혔다. 서 교육감 측은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교수가 진술을 번복한 데엔 검찰의 회유가 있었다고 의심해 왔다. 검찰이 이 교수에게 제기된 다른 의혹 수사 등을 무혐의 처분해 주는 조건으로 서 교육감에게 불리한 자백을 받아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전주지검 측은 “고인의 사망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관련자를 회유 또는 협박하거나, 실제와 다른 내용을 꾸며내 기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4일 전주지법 앞에서 전북 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선고를 앞둔 서거석 전북교육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14일 전주지법 앞에서 전북 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선고를 앞둔 서거석 전북교육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거석, 뇌물수수 입건…경찰 “처남과 무관”

전북교육청 내부에선 “유씨 죽음이 최근 터진 서 교육감 뇌물 의혹 사건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유씨는 숨지기 전날까지 과거 서 교육감 후보 시절 캠프 관계자와 교육청 직원 등과 접촉해 “교육감 모르게 혹시 돈을 받은 게 있냐”고 묻거나 “뇌물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항변하며 수습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A씨(80대)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일 서 교육감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뇌물공여 혐의로 입건했다. 서 교육감은 후보 시절인 2022년 4∼5월 자신의 딸(57)을 장학사로 승진시켜 달라는 A씨 청탁을 받고 현금과 계좌로 1200만원가량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A씨 딸이 장학사가 되지 않자 A씨는 전북교육청을 수차례 항의 방문하고, 서 교육감에게 전화로 따졌다고 한다. 경찰은 당시 두 사람 간 대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취 파일을 확보해 A씨가 건넨 돈의 성격과 대가성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 서 교육감 측은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둔 악의적인 흑색선전”이라며 맞고소할 뜻을 밝혔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서 교육감이 선거 당시 A씨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200만원을 받은 건 확인됐지만, 그 누구로부터도 청탁이나 뇌물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경찰 안팎에선 “서 교육감 뇌물 의혹 사건의 핵심 참고인으로 알려진 유씨의 죽음으로 수사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 관련해 유씨는 피의자로 입건되지 않았고, 수사 대상도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