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4.3조원 LNG 큰 장 선다...K조선 빅3 수주해낼까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업체 벤처글로벌이 최대 12척의 LNG 운반선 발주를 검토 중이다. 최근 국내 조선 3사를 방문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LNG 생산업체 벤처글로벌이 최근 한국을 찾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조선소를 시찰했다고 밝혔다. 조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르면 6월 말까지 발주 계약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17만4000~18만㎥급 LNG 운반선 4척에 대한 계약을 우선 체결하고 이후 옵션 방식으로 8척을 추가 확보하는 구조다. 총 수주 금액은 최대 4조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 LNG 수출 승인 K조선 훈풍

올해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LNG 수출 프로젝트를 잇달아 승인했다. 벤처글로벌을 포함해 커먼웰스, 델핀, 골든패스 등 주요 프로젝트가 줄줄이 허가를 받으며 미국이 에너지 수출 전략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국내 조선업계는 벤처글로벌 외에도 미국 내 다른 LNG 개발사들의 후속 발주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200번째 LNG 운반선인 '레브레사'호를 SK해운에 인도했다. 사진 한화오션

한화오션이 건조한 200번째 LNG 운반선인 '레브레사'호를 SK해운에 인도했다. 사진 한화오션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시큐리티스는 오는 202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최대 126척의 LNG 운반선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선박 한 척당 평균 2억5600만 달러(3730억원) 수준으로, 시장 전체 규모는 40조원에 달한다.

현재 글로벌 LNG운반선 시장은 국내 조선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운항 중인 LNG선 750척 가운데 90%가 ‘메이드 인 코리아’이며, 지난해 발주된 글로벌 LNG선의 70%도 한국 조선소가 수주했다. LNG선은 LNG화물창 등을 만들어야 해 일반 컨테이너선 건조보다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미국의 중국 견제에 K조선 반사 이익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사진 HD현대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사진 HD현대

미국이 중국 조선 산업을 집중 견제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받고 있는 부분은 호재다. 미 국방부는 중국 국영 조선사 CSSC를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미·중 갈등 고조로 글로벌 선주들이 중국 조선소와의 계약을 꺼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50만CGT(표준선환산톤수·58척) 가운데 한국은 82만CGT(55%)를 수주해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52만CGT(35%)로 2위였다. 

미국의 견제에 실제로 중국의 선박 수주량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조선·해운 전문지인 트레이드윈즈는 15일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하우 로빈슨 통계를 인용해 올해 1분기(1∼3월) 중국 조선업체들에 대한 벌크선 주문량이 13건에 그쳐 1993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적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3건 대비 90.9% 감소한 수치다. 벌크선은 철강, 석탄 등을 실어 나르는 선박으로, 지난해 기준 중국의 수주 점유율이 60%에 육박할 정도로 중국 조선업체가 강세를 보이 분야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조선업 견제가 효과를 낸 것으로볼 수 있다. 앞서 지난 1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미국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대해 최대 150만 달러(21억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조선소 현장을 방문해 발주 문의를 하는 곳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선업이 경제와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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