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서구 둔산여고가 지난 2일부터 저녁 급식 제공을 중단한 가운데 지난 11일 오전 학교 급식실 앞에 조리원들의 준법투쟁에 반대하는 학생회 의견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7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학비노조 대전지부는 지난해 6월부터 이런 조건을 내세우고 대전시교육청과 교섭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2월 교섭이 결렬되자 쟁의행위에 나섰다. 현재 쟁의에 들어간 학교는 둔산여고와 글꽃중학교 등 2곳이다.
둔산여고 조리원 노조원들은 지난 3월27일 학교 측에 쟁의행위를 통보했다. 3월 31일에는 조리원 8명이 식재료를 방치하고 퇴근, 닭고기·감자·야채류 등 580만원어치가 폐기됐다. 식재료가 상해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리원들은 이후에도 냉면기를 사용하지 않고, 돼지고기 삶기나 오렌지 썰기(3찬 초과) 등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8일 둔산여고에선 조리원들이 돼지국밥 재료 손질을 거부해 교직원들이 고기를 삶기도 했다.
둔산여고 저녁 급식 중단
이런 소식을 접한 학교 운영위원회 측은 “조리원들의 행태로 볼 때 급식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저녁 급식이라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지난 2일부터 저녁 식사 제공을 중단했다. 학생과 교직원 839명은 인근 식당과 학교 매점 등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하거나 일찍 귀가하고 있다.

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대전지부 소속 급식 조리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일부 학교에서 급식을 중단했다. 급식이 중단된 글꽃중 학생들이 17일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글꽃중도 조리원들이 계란깨기 등 까다로운 식재료 손질을 거부했다. 지난 7일에는 조리원들이 긴 미역 손질을 거부해 ‘미역 없는 미역국’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1일에는 배식 후 조리원 7명이 식판 등을 씻지 않은 채 퇴근하고, 5월2일까지 병가 신청했다. 이에 점심 급식이 중단됐으며 학교 측은 학생과 교직원 등 980명에게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도시락 비용은 학교가 부담한다.
대전 대룡초등학교에서는 지난 3월 24일 조리원 4명이 식판 등을 씻지 않고 퇴근하기도 했다. 이들은 젓가락 열탕 소독 등을 거부했다.
이들 조리원은 시·도교육청이 채용하는 무기계약직(공무직)으로 사실상 정년이 보장된다. 하지만 노동 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아 정년 전에 퇴사하는 이도 많다. 월급은 200만~300만원 정도다. 학비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조기 퇴사율은 60.4%에 달한다. 학비노조 측은 "무슨일이 있어도 밥은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준법투쟁하며 고통을 감당해 왔다"면서 "아프지 않고 일할 권리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이 노조의 견해"라고 말했다.

대전 서구 둔산여고 급식조리원들이 지난달 31일 식재료를 방치하고 퇴근했다. 이 바람에 닭고기 등 식재료를 폐기해야 했다. 사진 독자
대전시교육청 측은 조리원 요구가 지나치고 학생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대전시교육청 측은 “조리원 1인당 평균 급식 인원을 2019년 116명에서 지난해 105명으로 줄였는데, 노조 요구대로 조리원 정원을 급격하게 늘리는 건 어렵다”라며 “반찬 수나 조리 방식을 제한하면 학생들이 다양한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할 수 없어 수용 불가”라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도 반발하고 있다. 둔산여고 학생회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학교 급식을 담보로 학생 건강권을 위협하는 행위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건강하고 안정적인 급식 제공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조리원들이 계속 투쟁하면 급식을 집단으로 거부하겠다고 했다. 둔산여고 학부모들은 지난 7일부터 날마다 학교 정문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이 작성한 피켓에는 ‘학부모 가슴이 찢어진다. 김치 포함 3찬이 웬 말이냐’고 적혀 있다.

학교 급식 조리실무원, 환경미화원, 경비원 등으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가 지난해 11월 21일 파업에 돌입했다. 대구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초등학생들이 빵, 우유, 계란 등 대체 급식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