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와 관련해 협상에 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애초부터 한 대행에게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할 권한이 없음에도, 이를 강행해 국민과 헌법을 능멸했다”며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위헌 행위를 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하게 대선을 관리해야 할 총리가 권한을 남용하고, 출마설을 피우며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은 역사와 국민에 대한 반역이자 모독”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같은 시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를 찾아가 1인 시위를 했다. 그는 “공정 선거와 과도기 국정을 챙겨야 할 한 대행의 마음이 콩 밭에 가 있다”며 “한 마디로 신종 ‘난가병(나인가 착각하는 병)’이고, 노욕(老慾)의 대통령병 중증”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한 대행의 대미(對美) 협상 행보를 새로운 전선으로 삼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행이 국익을 팔아 자기 장사를 하고, 트럼프 통화로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주장했다. 임광현 정책위 상임부의장도 이날 “한 대행의 트럼프 통화는 결국 민감국가 지정 해제에 일말의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5일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관세 협상 등 한 대행의 통상 대응 노력을 전면 부정하는 메시지엔 신중한 모습이었다. 이재명 후보 캠프 정무전략본부장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지금은 관세 협정에 관한 부분들을 잘 조정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잘 유지해 왔던 한·미 관계를 유지한다는 원칙 아래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결정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차기 정부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현일 의원도 페이스북에 “미국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말고, 예비 논의 수준에만 머물러야 한다”고 적으며 거들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시급한 통상 대응 자체를 하지 말라고 했다 간 민주당의 외교적 역량을 의심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며 “무작정 때리다가는 한 대행의 통상 전문가적 면모만 부각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던 한 대행 ‘재(再)탄핵’ 주장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탄핵 찬성파’였던 정성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헌재가 가처분을 인용한 상황에서 탄핵해 국민을 불안하게 할 필요는 없다. 보류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투표를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지도부 내에선 “향후 한 대행의 출마를 대비해 탄핵을 하나의 공세 수단으로 남겨 놓자”는 의견도 나온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16일 중앙일보에 “추경을 위한 본회의가 다음주에도 열릴 예정이다. 아직 탄핵 추진은 살아있는 카드”라며 “탄핵 카드는 상자를 열기 전에 고양이가 살아 있을지, 죽어 있을지 알 수가 없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