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비장애 음악가가 함께하는 실내악 연주단체 가온 솔로이스츠 멤버들.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강자연 대표. 사진 가온 솔로이스츠
가온은 오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 챔버홀에서 제5회 정기연주회 ‘Melody of Bliss: 기쁨의 노래’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선 장애인 연주자 15명과 비장애인 연주자 7명이 어우러져 합을 맞춘다.
지난 2021년 창단 당시부터 이 단체에 몸담은 강 대표는 다섯 번째 정기 연주회를 앞두고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며 웃었다. 현재 가온 음악 감독을 맡고 있는 김유영 비올리스트의 오랜 제자이면서 중증 자폐가 있는 연주자를 만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강 대표의 딸도 뇌병변을 앓았기에 공감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연주를 같이 해보기로 했다. 이 공연에 관객들의 호응이 좋았다.

강자연 가온 솔로이스츠 대표. 사진 가온 솔로이스츠
쉬운 길은 아니다. 오는 20일 무대를 위해 3개월간 준비했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20배는 더 걸리는 것 같다”고 강 대표는 말했다. 피아노, 바이올린은 물론 첼로·클라리넷·플루트 등 여러 악기를 시각·청각·자폐 등 다양한 장애 스펙트럼을 가진 연주자들이 다루는 만큼,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 시각 장애인의 경우 악보를 통째로 외워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무대 상황도 예측불허다. 공연 전후 무대 입·퇴장 절차도 이들에겐 ‘도전’이다. 강 대표는 “공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지만, 당일 벌어질 일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무대 경험이 쌓이며 많은 성장을 해왔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 “무대에 5명이 올라간다고 하면 처음엔 1명만 장애 연주자를 올렸는데, 지금은 반대로 1명만 비장애 연주자를 올려도 충분히 연주가 된다. 무대에서 사인을 주고 연주를 리드하는 역할을 장애인 연주자가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장애·비장애 음악가가 함께하는 실내악 연주단체 가온 솔로이스츠가 지난해 4월 서울 양재동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하는 모습. 사진 가온 솔로이스츠
최근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로부터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고 한다. “연주자 중에 누가 장애인인가요?” 강 대표는 “장애, 비장애가 공연에서 드러나지 않는 게 저희의 목표”라며 “누구나 어느 면에서 장애의 경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숙명여대 반주과 초빙교수이자 서울대에도 출강하고 있다. 가온 감독 업무와 병행하자면 시간을 쪼개 써야 하는 상황. 하지만 무대 욕심은 끝이 없다. 강 대표는 “올해 가을 공연에는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면서 스토리가 들어간 공연을 하고 싶다”며 “향후엔 뮤지컬 등의 여러 장르를 오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가온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강 대표는 “가온이 멤버들의 든든한 생활의 터전이자 직장으로 자리매김토록 하는 것이 큰 바람”이라고 전했다.
HS효성그룹이 후원하는 이번 연주회에는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 폐회식 무대에 섰던 청각 장애인 무용수 고아라도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