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가 17일 서울 강동구 고덕비즈밸리에 미래형 리테일 매장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열었다. 개점 직후 고객들이 매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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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경영으로 군살 빼기에 집중해온 이마트가 서울 강동에 식료품 특화 매장을 개점하며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5개월 사이 대구 수성점, 트레이더스 마곡점 등 총 3개 점포를 열었다.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살린 공격적 출점으로 이커머스에 빼앗긴 유통업계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식료품 개발 노하우 집약”

17일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이 개점을 맞아 고객들이 과일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는 17일 서울 고덕동에 위치한 쇼핑몰 ‘강동 아이파크 더 리버’ 지하 1층에 미래형 리테일 매장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개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점에 처음 도입한 식료품 특화 매장 개념을 확대 적용했다. 이마트가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를 통틀어 강점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그로서리(식료품) 상품에 초점을 맞췄다.
고덕점 매장 규모는 총 4925㎡(1490평)로 이 중 95%를 식료품 판매에 할애했다. 신도시 특성상 30~40대 고객이 많이 거주하는 점을 감안해 신선식품, 즉석조리(델리) 상품을 집중 배치했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찾는 삼겹살, 오징어, 사과, 애호박 등 신선식품 10종은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한다.
수입 과일과 채소를 모은 ‘글로벌 가든’, 간식용 컵과일과 스틱채소를 담은 ‘프레쉬스낵’, 축산·수산 매입 경쟁력을 극대화한 ‘K 흑돼지’와 ‘연어의 모든 것’ 등 식품 트렌드를 반영한 21개 전문 특화존도 선보였다. 쇼핑몰 윗층에 이케아, 무신사 스탠다드(7월 개점 예정) 등 홈퍼니싱 브랜드와 패션 편집숍, 영화관 등이 있어 20~30대 고객의 유입도 늘어날 것으로 이마트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그로서리 중심의 ‘넥스트 이마트’ 모델을 새롭게 제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푸드마켓 포맷, 몰타입 등 혁신적인 매장 운영과 차별화된 상품으로 그로서리 쇼핑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외형 성장 본격화

17일 개점한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 이마트
이번 출점을 계기로 이마트는 외형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낸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2월 서울 강서에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 마곡점’을 개점했는데, 한 해 동안 서울 지역에서 2개 점포를 개점한 것은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인천 지역에 트레이더스 출점도 앞두고 있다. 이로써 2020년(160개) 이후 감소 추세였던 이마트 점포 수는 5년 만에 다시 증가세를 돌아설 전망이다.
향후 이마트가 신규 출점할 점포들은 고덕점과 유사하게 복합쇼핑몰 내 3300㎡(약 1000평) 안팎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단독 건물에 3~4개층 규모 대형 매장을 선보였던 과거와 달리 이커머스가 갖지 못한 강점을 앞세워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축 아파트 상권을 겨냥한 오프라인 유통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 강동의 경우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 외에 이마트 천호점·명일점, 홈플러스 강동점, 롯데마트 천호점·그랑그로서리 은평점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개점한 롯데마트 천호점은 이 회사가 지난 2019년 이후 6년만에 출점한 신규 점포다. 이날 이케아도 서울 내 첫 매장인 강동점을 개점해 강동 상권 오프라인 고객 유치전에 불을 지피게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강동에 재개발·재건축을 마친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며 대규모 배후 상권이 조성됐다”며 “그로서리 경쟁력을 앞세운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