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일렉트릭이 만든 초고압 변압기. HD현대제공
HD현대그룹의 전력기기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은 22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1조147억 원, 영업이익 218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보다 매출은 26.7%, 영업이익은 69.4% 각각 늘었다. HD현대의 분기 매출이 1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수익성이 높은 초고압 변압기 등 선별 수주 전략을 추진해 북미 지역에서 매출을 끌어올린 결과”라며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로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지만, 북미 시장의 노후 전력기기 교체 수요 및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 기조에 따라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옥 기자
HD현대는 미국 시장에서 뛰는 다른 한국 기업들보다 관세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트럼프가 최근 부과했다가 일시 유예한 25% 수입 관세 중 앨라배마주 공장을 운영하는 HD현대가 실제로 부담하는 비율은 절반 이하로 분석된다. 예정대로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영업이익률은 기존 대비 1.3%포인트 줄어들 전망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K전력망 기업의 가장 큰 리스크(위험)는 미국 관세와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 조절 우려였지만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21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LS일렉트릭은 매출 1조321억원, 영업이익 8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0.6%, 영업이익은 6.8% 줄었다. 1년 전보다 부진했지만, 회계상 국내 매출을 이월(移越)한 영향이다. ‘숨 고르기’ 성격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LS 관계자는 “2분기부터 미국 등 시장 실적이 확대하며 성장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K전력망 업체들은 최근 순항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유럽에서 2기가와트(GW) 규모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등 투자 축소 우려가 나왔지만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 전망이 밝은데다 신재생 발전 설비 확대와 노후 전력기기 교체 수요가 커지고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조선·방산에 이어 전력기기가 트럼프 시대에 한국 제조업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