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급한 트럼프 '관세 직격탄' 유통업체 CEO들과 깜짝 회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월마트·타깃·홈디포 등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예정에 없던 깜짝 회동을 했다. 최근 경제 정책 지지율이 재임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의 관세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체들의 현황을 점검하고 이들의 의견 청취에 나선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열린 연례 백악관 부활절 달걀 굴리기(에그 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열린 연례 백악관 부활절 달걀 굴리기(에그 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CNBC에 따르면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CEO,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CEO, 홈디포의 테드 데커 CEO는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당초 백악관이 사전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일정에는 없었던 회동이었다.

이들은 전국적인 체인망을 가진 대형 오프라인 소매 체인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로 중국산 저가 수입품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온 만큼 145%에 달하는 대중 관세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들 업체 CEO들이 관세 정책으로 인해 비용이 상승하면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CNBC는 “소매업계에 관세가 또다른 위협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수년 간의 고물가 이후 소비자들은 더욱 저렴한 가격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주류, 의류, 전자제품, 가구 등 광범위한 제품의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며 “이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주 시코커스에서 고객들이 월마트 슈퍼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주 시코커스에서 고객들이 월마트 슈퍼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가 처음으로 부정 여론이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된 다음날 이뤄졌다. 전날 CNBC는 지난 9~13일 미국인 1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43%)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55%)에 못 미쳤다고 전했다. CNBC 여론조사 기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우세한 것은 1기 때를 포함해 처음이다.


회동 직후 세 기업은 모두 “생산적인 회의를 했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완화 조치 등을 설명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매우 좋은 회의였다. 그들을 오벌 오피스(백악관 집무실)에 초대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했다.

펀드업계로 번진 미·중 관세 전쟁

한편 중국 국영 자금의 미 사모펀드 신규 투자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FT는 “이는 미국과의 무역 마찰 이후 중국 당국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중국 자금이 신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계획 중이던 투자도 철회하고 있다"고 FT에 밝혔다. 

wlsks 15일 중국 상하이 푸중 루자쭈이 금융무역구에 중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wlsks 15일 중국 상하이 푸중 루자쭈이 금융무역구에 중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투자공사(CIC) 등 중국 국부펀드는 지난 수십 년간 블랙스톤, TPG, 칼라일그룹 등 미국의 대형 사모펀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미 사모펀드가 현재 4조7000억 달러(약 6679조원)를 운용하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계획을 재고하는 것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이달 초 FT는 “캐나다와 유럽의 연기금 등이 미국에 대한 투자 전략을 재검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모펀드 업계 고위 관계자들은 FT에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 여파로 인해 투자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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