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2등이 목표인 선거는 없다, 찬탄 보수와도 연대 가능"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⑦]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 ⑦ 김경수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캠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캠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계엄 이후 갈등과 분열이 너무 깊어져 특정 정당의 힘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며 “탄핵에 찬성한 다른 정당,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빛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응원봉을 든 모든 세력이 뭉쳐 위기를 극복하려면 통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2025년 대선에 김경수가 적임자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가 구상하는 ‘빛의 연대’의 대상에는 진보 진영 내 제 정당과 시민사회 세력은 물론, 보수 진영 내 찬탄 세력까지 포함된다. ‘김경수판’ 대연정 구상인 셈이다.  

김 후보는 정평대로 온화했지만, 때때로 결기를 드러냈다. 이재명 후보의 독주 흐름과 관련해 ‘착한 2등 전략이냐’고 묻자 “2등이 목표면 안 나가야죠”라고 즉각 반박하는 식이었다. 김 후보는 19~20일 경선에서 누적 득표 5.17%로 김동연 후보(5.27%)와 근소한 차이로 3위를 기록 중이다. 그는 “당원들이 김경수라는 정치인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이제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와 21일 서울 영등포구 캠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빛의 연대’ 구상의 뿌리는 
“촛불혁명 세력이 국정운영에 참여시키지 못했던 게 문재인 정부의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여·야·정 협의체에 공을 많이 들였지만 인수위원회를 대신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부터 촛불혁명에 참여한 세력이 함께하지 못해 한계가 있었다. 이번 빛의 혁명 때 광장에서 같이 싸운 정치 세력, 정당, 시민사회가 국정 운영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갈등을 치유할 수 있다.”
 

계엄과 탄핵의 제도적 수습책으로 강조했던 개헌을 경선 이슈로 꺼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책임이다. 개헌은 헌법을 지키는 세력들이 합의를 이뤄야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파면됐음에도 헌법 파괴 세력과 동거를 하고 있다. 이들과 개헌 논의를 한다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나. 대선이 끝나면 국민의힘이 스스로 헌법수호 세력이자 민주주의 세력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면 개헌 논의를 국민과 함께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내란 종식’이 프레임만 갈아 끼운 ‘정치 보복’이 될 거란 우려가 있는데.
“내란 종식은 재발 방지를 위한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기본 과제다. 정치 보복과는 전혀 다르다. 12ㆍ12 군사반란에 대한 처벌을 정치보복이라고는 안 하지 않나. 정치보복으로 몰아가는 게 오히려 정치 공세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캠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캠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경선 룰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지난 18일 TV토론에서도 이 후보와 각을 세우지 않았다. 자신의 정책 어젠다를 설명하고는 “동의하십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반복됐다. 


‘착한 2등’ 전략인가 
“2등을 목표로 하는 선거는 없다. 출마할 때는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 정치적 목표가 있는 거다. 민주당에 유력 주자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비전과 정책 경쟁이 중요하다. 민주당이 국정 운영을 잘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주는 경선이 돼야 한다.”
  

당원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 아닌가 
“김경수라는 존재는 알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잘 모르는 당원들이 많다. 지금은 그 생각을 알리는 과정이다. 1위와 싸운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1위와 싸움만 하면 정책과 비전은 언제 전달하나.”
  
김 후보에게 가장 자주 붙는 수식어는 ‘노무현ㆍ문재인의 적자’이다. 김 후보는 노 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문재인 정부의 창업 공신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정부 실패로 평가된다 
“부동산은 모든 정부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문재인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은 수도권 과밀이다. 사람이 쏠리는데 집값이 폭등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세금이나 거래 규제 등은 임시 처방일 뿐이다. 내가 ‘5대 메가시티’를 통한 국토 재설계를 주장하는 이유다. 개헌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를 5대 권역별 초광역 자치 정부로 개편한다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 가능하다. 각 정부에 자율적 재정권을 줘야 한다.”
 

정권이 교체되면 극단적 ‘여대야소’다. 독단적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가 적잖다.   
“모든 법과 제도, 예산을 과반으로 다 두드리는 식의 정치는 오래 못 간다. 야당과의 연대, 연합, 협의를 통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하지만 때론 소수 야당, 시민사회 세력과 논의해 만든 결론을 다수 의석으로 신속하게 추진해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국민이 갖는 불안을 해소해가면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있다.” 
 

민주당이 극성 지지층에 끌려다니는 형국인데 협치가 가능할까.
윤석열 정부가 끼친 해악 때문에 생긴 일이다.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아예 싹을 잘라 놓았다. 야당과 소통하지 않는 정치로 국정을 운영하는데 어떤 야당이 그런 상황을 좋게 받아들이나. 온라인 중심의 당원 구조는 문재인 대표 시절 온라인으로 10만 명 당원이 들어온 이후부터 민주당의 끊임없는 고민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야당을 탄압하고, 검찰에 먹잇감을 던지자 당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굳어졌다. 제도를 혁신하면서 정치를 정상화하면 당원들의 의견도 다양화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트럼프 발 관세 전쟁과 북한 문제 해법은   
“트럼프 정부와 협상을 위해 안보와 무역 이슈를 분리하는 게 중요하다. 관세는 관세대로, 방위비는 방위비대로 협상 논리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서 9ㆍ19 군사 합의를 복원하면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서 적어도 ‘적대적’을 떼어내야 한다. 북한과 대화를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중기적으로 한반도 군비 통제를 위한 협상안을 미국과 협의해 북한에 제안해볼 수도 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