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많은 핵무기 보유 국가" 또 언급 IAEA 수장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2023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있다. 김종호 기자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2023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있다. 김종호 기자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재차 북한의 핵 보유 지위를 전제로 대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내놨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가장 큰 권위를 지니는 국제 핵·원자력 기구의 수장이 내놓은 발언은 이런 여론에 무게를 더할 우려가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가 ‘핵확산과 글로벌 안보 위협’을 주제로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핵무기를 이렇게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도(completely off the charts) 통제 불가능한 북한과 같은 나라를 방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방대한 핵 프로그램과 이와 관련된 모든 시설을 갖추고도 IAEA의 안전 또는 보안 조치를 적용 받지 않는 나라”라면서 “북한에는 영변, 강선 또는 다른 핵 시설이 있고 경수로와 두 번째, 아마도 세 번째 우라늄 농축 시설을 지금 짓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재처리 활동도 하고 있으며, 핵무기가 존재한다”고도 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기 행정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 외교’를 했던 점을 거론하며 “탑 다운 방식의 정상 외교가 중요하다. 정상들은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로시의 발언은 전반적으로 북한의 핵 고도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취지였다. 그러나 동시에 자칫 북한이 핵을 보유한 나라란 점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으로 읽힐 여지도 있었다. 그로시는 지난해 9월에도 북한을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지칭하며 논란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기 취임 이후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면서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한 듯한 발언을 해 우려를 샀다. 공개 석상에서 수 차례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2기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가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그로시의 발언에 대한 직접적 평가는 하지 않은 채 "북한에게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을 중단할 것과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한·미·일 간 긴밀한 정책 공조에 기반해 IAEA를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