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해남 대흥사는 템플스테이로 유명한 절집이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여전히 치유에 허기진 시대, 요즘은 ‘웰니스(Wellness)’란 말이 더 자주 들린다. 웰니스? 잘 먹고 잘산다는 뜻의 ‘웰빙(Wellbeing)’과 건강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의 합성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상태를 추구하자는 일종의 구호이자 방법론이다.
현재 전 세계 관광시장은 웰니스 산업이 주도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웰니스 산업 규모는 약 6.3조 달러(약 9049조원)에 이른다. 2019년부터 매해 약 5.9%씩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뷰티·스파·자연·숲치유·명상·한방·푸드·스테이 등이 웰니스 산업의 범주에 속한다.
병들고 아프기로 치면 한국인이 지구에서 밀릴 게 없다. 웰니스 관광 산업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모범 사례다. 우리 정부는 2017년부터 웰니스 관광지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최근 11곳을 추가 선정해, 현재 국가가 공인한 웰니스 관광 명소는 88곳이나 된다. 정부는 2027년까지 모두 100곳의 웰니스 관광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도 국회를 통과했다. 나라가 앞장서 치유 활동을 관광자원화하는 꼴인데, 정부는 웰니스 관광 명소가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88곳의 웰니스 관광지는 다양하다. 절집 템플스테이도 있고, 시설 좋은 휴양림도 있고, 서울의 럭셔리 스파도 있고, 전통 음식 만들기 체험장도 있고, 병원이 운영하는 치유센터도 있다. 이들 웰니스 관광지 중에서 최근 선정된 두 곳을 다녀왔다. 굳이 웰니스 같은 말을 안 붙여도 다 좋은 곳이었다.
스님과 차 한 잔

대흥사 법은 스님과 함께하는 차담 시간. 대흥사 템플스테이의 주요 프로그램이다.
대흥사 템플스테이는 보통 오후 3시 시작한다. 방을 배정받고 사찰을 둘러보는데, 불교 신자가 아닌 참가자에겐 이 시간이 요긴하다. 지장보살이 어떤 부처이고 예불은 어떻게 드리는지 같은 기초 불교 상식을 스님으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어서다. 지난 11일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정혜린(25)씨도 이 시간이 제일 각별했다고 말했다. 템플스테이 첫날 요가 명상과 연등 만들기 체험 같은 일정도 소화한다.

대흥사는 두륜산 아랫자락의 산사다. 스님과 함께 산책하는 시간, 마침 신록 드리운 두륜산이 펼쳐졌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중 차를 만들고 있는 대흥사 법은 스님. 대흥사는 차로 유명한 천년고찰이다.
“상처는 스스로 아무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처를 건들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게 명상이고 참선입니다. 억지로 치료하려고 하다간 상처가 덧날 수 있습니다. 마음가짐이 중요하고 호흡이 중요합니다. 대흥사에 오시면 배우실 수 있습니다.”
경옥환을 만들어 먹다

최근 웰니스 관광 명소로 선정된 전라남도 마음건강치유센터의 아로마 두피 마사지 프로그램.
‘웰니스 센터’라는 이름이 어렵다. 의학적 치료를 병행한 힐링 센터를 일컫는다. 마음건강치유센터는 한·양방 의료기관으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같은 장흥의 힐링투어 명소와 연계해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힐링의 시대가 가고 웰니스의 시대가 왔다는 건 마음건강치유센터 같은 웰니스 시설이 관련 시장을 주도한다는 뜻이다.
마음건강치유센터는 맞춤형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가자는 제일 먼저 온갖 종류의 검사를 받는다. 스트레스 검사는 물론이고, 동맥경화도 검사, 채성분 검사, 불안 및 우울 검사 등을 받아 현재 몸과 마음의 상태를 파악한다. 이후 각자 치유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전라남도 마음건강치유센터의 약족 프로그램. 약재를 넣은 뜨거운 물에 발을 넣고 족욕을 한다.
이외에 사상체질에 맞는 약재를 넣은 물에서 족욕하는 ‘약족’, 전문 치료사가 머리를 감겨주는 ‘아로마 두피 마사지’도 있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는 참가자 각자가 빚은 ‘경옥환’을 갖고 간다. 1박2일 프로그램의 경우 숙소는 편백 우거진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의 통나무집을 이용한다. 편백숲 산책과 소금찜질방 이용은 덤이다. 지난 11일 당일 프로그램에 참여한 광주의 민유진(79)씨는 “작년에 처음 왔는데 너무 좋아서 올해 또 왔다”고 말했다.

장흥 다예원의 장내순 대표. 전통 발효차 '청태전'의 장인으로 차훈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