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평화협상에 유해"…크림반도 포기 않는 우크라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 핵심 인사들이 미국이 제시한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 양보하는 방식의 평화협상안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화협상에 유해하다"며 우크라이나가 크림 반도를 러시아 영토라고 인정할 것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X(옛 트위터)에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항복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전열을 재정비하고 더 큰 폭력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어떤 합의도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헌법에 어긋나는 일"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선동적인 발언 때문에 전쟁을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평화협상에 매우 해롭다"고 비판했다. 이어 "크림 반도를 원한다면 왜 11년 전에 크림 반도가 (러시아로) 넘어갈 때 맞서 싸우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크림 반도는 옛 소련 시절인 1954년 러시아가 위성국가인 우크라이나에 이양한 곳으로, 러시아가 2014년 침공해 다시 병합했다.

트럼프는 또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거론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크림 반도를 포기하지 않으면 '킬링필드'(1960~70년대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대학살)가 장기화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합의에 매우 가까이 와 있다"며 젤렌스키의 입장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협상이 계속 진척이 없으면 중재를 중단하겠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대로 재차 우크라이나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이 공개한 파리 회담 사진. 왼쪽부터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키스 켈로그 백악관 우크라이나·러시아 담당 특사,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실장,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외교 장관 회담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이 공개한 파리 회담 사진. 왼쪽부터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키스 켈로그 백악관 우크라이나·러시아 담당 특사,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실장,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외교 장관 회담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 입장은 '조건이 없는' 휴전이라 협상 난항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우크라이나·유럽 3개국(영국, 프랑스, 독일) 외무장관 회담도 취소됐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참석을 취소하면서 (실무급 회담으로) 격이 낮아졌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일로 미국, 우크라이나, 유럽 간의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한 의견 차이가 부각됐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를 방문한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는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면담한다. 위트코프 특사는 지난 13일을 포함해 최근 세 차례 푸틴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크림 반도 문제와 미국의 대러 제재 철회 등 평화협상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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