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고척 키움전에서 통산 5번째 완봉승을 달성한 고영표. 사진 KT 위즈
이러한 흐름에는 몇몇 이유가 있다. 최근 KBO리그는 뚜렷한 타고투저 양상을 띠었다. 그러면서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책임지는 날이 현격히 줄었다. 또, 새로 생긴 구장들이 포수 뒤쪽 공간을 좁히고, 파울 지역을 최대한 줄이는 등 타자친화적으로 바뀌면서 투수가 불리해졌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그렇다고 완봉의 낭만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KT 위즈 오른손 사이드암 고영표(34)는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9이닝을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5-0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 통산 5번째 완봉승. 남들은 한 번도 경험하기 힘든 완봉승을 벌써 5차례나 기록한 고영표를 지난 2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났다.
고영표는 “사실 올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다. 첫 번째 등판(3월 25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선 5이닝도 채우지 못했고, 다음 경기에서도 안타를 7개나 내줬다”면서 “다행히 체인지업 감각이 살아나면서 힘을 받았다. 전력분석팀 이야기로는 체인지업 헛스윙 비율이 50%가 넘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최근에는 체인지업 구사 비중을 높이면서 타자를 상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갈수록 사라져가는 완봉의 낭만을 지킬 수 있어 기쁘다”고 웃었다.

고영표. 사진 KT 위즈
고영표는 “투수라면 당연히 빠른 공을 원할 것이다. 구속이 높을수록 아웃을 잡아낼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나 역시 구속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면서도 “그렇다고 구속이 전부는 아니다. 결국에는 타자의 범타를 끌어내는 구위가 중요하다. 내가 많은 완봉을 기록할 수 있던 힘도 구위라고 생각한다. 후배들도 이 점을 잘 떠올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고척 키움전에서 통산 5번째 완봉승을 달성한 고영표. 사진 KT 위즈
고영표는 “모든 운동선수는 똑같다. 지고는 못 산다. 지난해 아쉬움을 곱씹으며 올 시즌을 준비했다. 다년계약 투수로서 많은 경기를 책임지지 못했던 만큼 올해에는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불펜진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 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프리미12에서의 부진도 꼭 씻고자 한다. 다시 국가대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온다면 꼭 태극마크를 달아 팬들에게 멋진 야구를 선물하고 싶다”고 더 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