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이 오픈 준비에 한창이다. 뉴스1
강경모 점주협의회 부회장은 “앞으로 또 발생할지 모를 미정산 사태를 방지하는 차원의 자구책”이라며 “자체 포스기를 쓰더라도 매일 홈플러스 측에 매출 마감지를 보내 금액을 투명하게 제출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최근 이런 점주들 대상으로 법적 조치 전 단계의 ‘내용 증명’을 발송하며 양측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내용 증명에는 “동의 없이 자체 결제 단말기를 사용하는 것은 계약에 반한다”라며 “매출 누락으로 회생절차 조기 종료를 위한 노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니 판매대금의 원활한 정산·지급을 위해 당사 포스기로 원상회복하고 등록되지 않은 매출 누락분을 등록하고 대금을 입금해달라”라고 적혔다.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사유에 해당해 원치 않는 계약상 불이익 발생할 수 있다”라는 점도 적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병덕 위원장과 홈플러스 대책 TF 의원 및 홈플러스 입점점주 피해대책협의회 회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홈플러스 기업회생은 MBK 책임이며, 부실경영책임을 입점점주에게 떠밀지 말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강경모 부회장은 이에 대해 “점주들이 자체 포스기를 쓰는 건 최소한의 보호막”이라며 “홈플러스 측에선 자체 포스기를 쓰려면 매달 내는 최소 보장 임대료 12개월 치를 보증금 차원에서 선납하고 계약을 바꿔야 한다고 하는데, 당장 6월 이후 회사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수천만 원 달하는 돈을 추가로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자체 단말기를 쓸 경우 비용에 대한 담보가 필요하니 보증금이란 걸 활용하는 것인데 부담을 느끼는 업체가 30곳 정도 있어 내용 증명을 보냈고 협의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영세 업체들은 회생 절차로 가뜩이나 매출이 하락한 상황 속에 홈플러스 측의 엄포에 분노하고 있다. 지방 홈플러스에 입점한 한 식음료 업체 점주는 “회생 사태 이후 매출이 30%가량 급감해 피해가 큰데 애초 변제 지연이 일어나면 이자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적시됐는데 이런 책임에는 모르쇠이고 영세 업체들에 엄포만 놓는다”라고 토로했다.
특히 홈플러스 측이 대형 브랜드 입점사와는 협의를 통해 자체 포스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영세업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패션업체 브랜드 입점사 관계자는 “패션업체 몇 군데는 개별 협의를 거쳐 자체 포스기를 쓰고 있는데 추가 보증금은 따로 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