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도 서울 쏠림…시중은행 호황과 동떨어진 지방‧저축은행

시중은행이 최대 순익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동안 지방은행과 비수도권 저축은행 실적엔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지방 경제가 가라앉고 지방 기업은 경기 침체로 휘청이면서다.

사람도 대출도 서울로 몰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체 예금은행의 대출잔액은 2407조원으로 3년 전(2067조원)보다 16.5% 증가했다. 대출 증가세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을 제외하고 전국 평균 증가율(16.5%)을 상회한 건 광역자치단체 중 충북(18.1%)뿐이다. 지난 3년간 서울 지역 대출액은 22.4% 늘었는데 경남(7.9%), 제주(8.5%), 세종(9%), 전북(9.9%) 등은 증가율이 10%에도 미치지 못 했다. 사람뿐 아니라 대출마저도 서울로 쏠리고 있다는 의미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연체율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 2022년 1월까지만 해도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연체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0.34%)이었다. 그러나 올 1월 기준 지역별 연체율을 보면 제주(1.14%), 전북(0.86%), 대구(0.71%), 광주(0.67%), 부산(0.63%) 등이 서울(0.62%)을 뛰어넘었다. 지난 3년간 제주(0.93%포인트), 전북(0.56%포인트), 대구(0.51%포인트) 등 연체율이 서울(0.28%포인트)보다 더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서울 영업 은행만 돈 벌어

이 같은 현실은 은행 실적으로 직결된다. 지난 1분기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는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6.8% 증가한 4조928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반면 BNK·iM·JB금융지주 등 3대 지방금융지주의 올 1분기 합계 순이익은 1년 전보다 9.5% 감소했다. iM금융지주는 순이익이 증가하긴 했지만 BNK금융그룹은 33.2%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실적 악화가 뚜렷했다. 지방은행은 연체율마저도 시중은행을 크게 웃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저축은행도 상황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소재 23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2744억원 늘면서 645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부산‧경남(-1617억원), 경기‧인천(-1502억원), 충청(-1179억원), 대구‧경북‧강원(-529억4000만원), 호남(-57억원) 지역 저축은행은 나란히 적자를 봤다. 저축은행은 영업 구역이 지역별로 나뉘어 있는데 서울이 아니고선 돈을 아예 벌지 못 했단 뜻이다.


비수도권 경기 침체로 은행 업황 악화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비수도권이 그 충격을 정통으로 맞았다. 익명을 원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업황이 워낙 안 좋다 보니 대출과 투자에 나서는 기업을 찾기 어렵다. 지역 소재 중견‧중소기업의 대출 수요가 없다”며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기업대출 공급도 줄이게 되는 악순환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서울 집값은 오르는 것과 달리 비수도권 부동산은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은행의 주 수익원인 주택담보대출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수도권은 수도권과 비교해 소상공인 비중도 높다. 올 3월 기준 전남·경북의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각각 29.5%, 28.3%로 서울(15.7%)의 2배에 육박한다. 내수 부진 장기화가 자영업자가 많은 지방 경기 냉각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지방은행은 최근 지역에 있는 공공기관의 거래은행 거래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도입해달라고 금융당국에 건의했다. 지방은행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일시적으로 충당금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의견도 전달했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영업 구역 제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방에 원활한 자금 공급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며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업계 건의사항을 중심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